정부, 방역강화 대상국 알권리 대신 외교적 실익 택했다

"13일부터 방역강화국 외국인 '음성확인서' 의무 제출"
"방역강화국 명단은 외교적 이유로 밝히기 어려워"
"계절노동자 등 특정국가 두드러져 내린 조치"
"국내에서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
해외유입 통한 지역전파 차단한다지만 불안감 여전
모든 정보 신속·투명 공개한다면서 외교 우선 '비판'

인천국제공항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 (사진=이한형 기자)
정부가 오는 13일부터 방역강화 대상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 발급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는데, 방역강화 대상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공개 시 발생할 외교적 파장에 대한 우려와 국내에서 굳이 정보를 알 필요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10일 "7월 13일부터 방역강화 대상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입국 시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한 PCR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각 국가별 확진자 추이 등을 2주마다 분석해 ▲방역강화 대상국가 ▲추이 감시 국가 ▲교류 확대 가능 국가로 분류해 위험도가 높은 국가의 환자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10일 방역강화 대상국가의 입국자를 대상으로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 발급한 PCR 음성확인서 의무 제출, 해당국가에서 오는 정기 항공편의 좌석점유율을 60% 이하로 운항, 출국시 재입국 허가 제한 등의 조치가 실시됐다.

음성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외국인은 출국 단계부터 탑승이 제한되고, 입국했더라도 강제 출국 등의 조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정부는 해외유입 확진자 수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급증할 위험이 있는 국가의 부정기 항공편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는 방역강화 대상국가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태호 반장은 "방역강화 대상국가는 외교적인 그런 관계 때문에 저희들이 밝히기는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해외입국자 중에서 실제 국내에서 확진이 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고, 그 외의 발생률, 발생의 증가율 등 기준을 정해 지정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특정 국가를 방역관리 대상국가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공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윤 반장은 "국내에서 그 국가에 대한 정보를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 근거로 해당 국가에서 출국하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재외공관을 통해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윤 반장은 "해당되는 국가에서는 한국으로 들어오면 내가 음성확인서를 가져가야 한다는 내용이 공지됐고, 어제오늘 또 공지를 하고 있을 예정"이라며 "굳이 여기서 밝힌다 하더라도 그 국가에서 모르면 어쩔 수가 없는 거니까, 중요한 것은 해당되는 국가에 출국하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민을 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할 뿐 국민들이 방역강화 대상국가를 알 필요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윤 반장은 '방역관리 대상국가를 공개해야 국민들도 위험도를 판단하고 출국을 자제하지 않겠냐'는 질의에는 "사실은 현재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방역관리 대상국을 특정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과 관련돼 자제단계가 발동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이 가서 감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곳은 발생률이 높은 국가"라며 "발생자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 브라질, 발생률이 높은 곳은 UAE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국가에서 들어오는 확진자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애초에 현 시점에서 출국한다면 어느 지역이든 모두 위험하고, 현재 외국인 확진자가 다수 입국해 방역관리 대상국가로 지정된 곳과 실제로 발생률이 높은 곳은 차이가 있어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방역관리 대상국 지정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해외입국자는 3일 내 진단검사를 받고, 14일간 격리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유입으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입국자의 증가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외교적 실익에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수본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모든 해외입국자를 격리하는 조치로 해외유입 환자가 지역에 유행을 전파시킬 위험성은 거의 차단돼있다"며 "이번 조치는 (해외유입) 위험도가 증가해서라기보다는 계절 노동자 등 특정국가에서 들어오는 부분이 두드러져 원천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끔 하는 등 입국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것"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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