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울트라마라톤 사고 반복…안전 규정 절실

이천시 마라톤 참가자 사고…유사 사고 빈번히 발생
주최측이 정하는 안전 규정,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 없어

9일 오전 3시 30분쯤 경기 이천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를 수습 중인 소방대원.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도 이천시에서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3명이 음주 운전차량에 치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울트라마라톤은 일반 마라톤의 풀코스인 42.195㎞보다 먼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을 뜻한다.

짧게는 24시간부터 일주일 넘게 밤낮없이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의 특성 상 사고 우려가 높지만 이렇다 할 안전 규정이 없어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번 반복되는 울트라마라톤 사고

경기 이천경찰서와 대회 주최·주관 기관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3시 30분쯤 경기 이천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A(30)씨가 몰던 쏘나타 차량에 B(61)씨 등 3명이 치였다.

중상을 입은 B씨 등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에 숨졌다.

A씨는 이천시 내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회사 숙소로 이동하는 중이었으며,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준인 0.08% 이상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부산 태종대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달리는 '2020 대한민국 종단 537㎞ 울트라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다.


사고 당시 이들은 등에 '시선 유도봉'을 장착한 채로 도로 가장자리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었고, 주변에 다른 참가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울트라마라톤 도중 발생한 사고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9월 21일 오전 8시 15분쯤 강원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인근 도로에서 C(당시 59세)가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에 치인 뒤 5m 아래 대관령 계곡으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C씨는 강화도 후리선착장을 출발, 강릉 경포해수욕장까지 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308㎞ 코스의 울트라마라톤에 참여해 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2007년 20일 오전 3시38분쯤에는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민속박물관 앞 44번 국도에서 D(당시 44세)씨가 11t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D씨 또한 전남 해남에서 강원 고성까지 622㎞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의 참여자였다.

◇ 위험천만 마라톤인데도 안전 관리는 주최측 마음대로

울트라마라톤 도중 안전사고는 매번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필수로 준비해야 할 안전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대회 개최 전 관할 경찰서와 지자체에 계획서를 제출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실제 '2020 대한민국 종단 537㎞ 울트라 마라톤 대회'을 주최한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인도가 없는 구간에서만 도로를 이용하겠다고 경찰에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참가자들이 도로를 달리다 사고가 났다.

또 75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마라톤협회 관계자는 "국제 대회를 제외하고 일반 하프, 풀코스, 울트라마라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전규정이 없다"며 "주최 기관마다 안전규정이 달라 안전도도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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