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최 대표가 나서 사전 교감 의혹을 일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과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법무부 내부에서만 논의되던 장관의 입장이 범여권 인사들에게 흘러간 자체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9일 추미애 장관 입장문의 사전 유출 논란이 일자 "이번 사안은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이어 "장관은 풀(pool·기자단 알림) 지시를 하면서 2개 안(A와 B) 모두를 내는 것으로 인식했으나 대변인실에서는 B만 풀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A안은 입장문 초안, B안은 수정안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저녁 7시20분쯤 추 장관은 입장문 초안(A)을 작성해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20분쯤 지나 대변인은 입장문 수정안(B)을 보고했고, 추 장관은 풀을 지시했다. 그렇게 같은날 저녁 7시50분쯤 B안인 수정안이 추 장관 입장으로 풀됐다.
당시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기자단에 전달된 수정안 전문은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었다.
똑같이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최 대표의 게시물에는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법무부 공식 문자 메시지와 형식은 같았지만 내용은 언론이나 다른 일반에는 공개된 적 없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변인실 풀 시점에서 A(초안)와 B(수정안) 모두가 나가는 것으로 인식한 일부 실무진이 이를 주변에 전파했고, 이후 (최 대표) 페이스북 글을 포함한 다수의 SNS 글에 A가 게재됐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SNS에 올린 [법무부 알림]이 실제 추 장관이 직접 작성했다는 입장문 초안(A)과 동일한 것이자, 법무부 내부에서 논의되던 초안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까지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는 전날에도 "금일(8일) 법무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북(페이스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며 유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법무부의 공식 해명에서 유출의 당사자로 언급된 '일부 실무진'은 추 장관의 보좌진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의 정책보좌관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으로 근무했던 이규진 전 의왕도시공사 경영지원실장과 조두현 검사 등 2명이다.
최 대표도 "이미 (8일 오후) 7시56분경부터 최민희 전 의원님 페이스북에 관련 글(입장문 초안)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며 "제가 복사한 글은 바로 최민희 전 의원님의 글이다. 사전 교감하며 공작을 하려면 최소한 제가 제일 먼저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와 최 대표가 사전 교감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유출 사실만큼은 인정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경위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감찰 대상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