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닥터는 어떻게 경주시청 철인3종 팀을 장악했을까?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저희도 굉장히 의문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스포츠공정위원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짜 닥터 안모씨는 팀 내에서 선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한철인3종협회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및 폭언 등 가혹행위를 한 가해자로 지목된 3인에게 영구제명과 자격정지 10년 결정을 내렸다.

김봉규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주장 장윤정 선수는 영구제명, 김모 선수는 자격정지 10년 처분을 받았다.

이날 스포츠 공정위는 오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했다. 최 선수를 포함한 피해자들의 주장과 달리 가해자 3명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철저하게 최 선수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지도 않았고 최 선수가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짜 팀 닥터 안씨의 존재도 7시간에 회의에 한몫했다. 안씨는 최 선수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가해자로 중 한 명이다. 최 선수는 감독과 팀 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안씨가 팀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해 "굉장히 의문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제왕적으로 권리를 행사했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김봉규 감독은 팀을 총괄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그 부분을 방치하거나 폭행 부분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무자격자인 안씨가 팀으로 들어온 과정을 짧게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병원에서 (물리치료) 진료를 잘한다고 소문난 안씨에게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나 마사지를 받았다. 이후 안씨는 병원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고 여러 팀에서 선수들의 재활을 돕거나 선수들에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하지만 진료 장소 등의 문제로 다른 팀들과의 관계는 종료됐고, 안씨는 주로 경주시청에서 진료하기 시작했다. 병원이 아닌 숙소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니 경주시청 선수들과 교류도 많아졌고 그러면서 영향력도 커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 스포츠 공정위의 판단이다.

안 위원장은 결정적으로 안씨가 철인3종협회에 정식으로 고용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안씨의 영향력을) 밝히기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안씨는 이날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와 스포츠 공정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이번 심의에서 제외된 안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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