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어시스턴트' 시급 3989원…'노동착취' 종합세트

청년유니온,252명 조사…96%가 최저임금 못 받아
"근로계약서도, 4대보험도 모두 실종"
인격 모독·사적인 지시 등 문제 호소…"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청년유니온 관계자 등이 패션스타일리스트·어시스턴트 노동실태 고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2020년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구두계약으로, 월급 50만원을 받고 정해진 휴일 없이 부르면 나가서 일하고, 개인 시간을 다 빼앗긴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습니다." (패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A씨)

#2. "근무시간, 휴일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신입 기준 월급 30만원~80만원이 당연한 게 돼버린 이 업계가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은 게 놀라울 지경입니다." (패션 어시스턴트 B씨)

패션·방송업계에서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8590원)에 한참 못 미쳤으며,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패션 어시) 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유니온은 "'패션 어시'가 감당해야 하는 노동 조건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미준수 △4대보험 미가입 등 그야말로 노동착취 종합 세트"라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응답자의 96.61%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3989원으로 추산됐다. 시간당 평균 임금이 '2천원 이상 4천원 미만'인 응답자가 전체의 45.34%로 가장 많았으며 △2천원 미만(21.19%) △4천원 이상 6천원 미만(20.76%) 등이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을 보장받은(8590원 이상) 어시스턴트는 236명 가운데 단 8명(3.39%)이었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97만원대로 10명 중 8명(83.33%)이 15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노동이지만 이들 대부분(87.29%)은 9시간 이상 장기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들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1.49시간이었다.

근로계약서 역시 실종됐다. 응답자의 대부분(94.43%)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4대보험에 모두 가입돼 있는 경우는 5.16%에 그쳤다. 대부분(81.35%) '아무것도 가입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업무 특성상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새벽에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3명 중 1명(33.3%)은 택시비를 지원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별도의 출장비를 받지 못한 경우(59.2%)도 상당했다.

(사진=연합뉴스)
패션 어시는 촬영 현장에서 수많은 의상과 부자재를 관리하는데, 본인이 분실하거나 손상을 입히지 않았어도 손해배상을 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7명 가량(69.84%)이 손해배상시 '자비 부담'했다고 밝혔다. 300만원에 달하는 한복, 가방 등 고가 제품을 배상한 경우도 있었다.

청년의 열정과 간절함을 악용한 '열정페이'가 업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유명 가수나 배우팀은 기존 어시가 그만둬도 일하고자 하는 어시들이 많아서 사람이 바로 구해지기 때문에, 대우가 더 나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패션 어시들은 △인격 모독 △사적 영역 침해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지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의 문제도 호소했다.

한 어시스턴트는 "작은 실수를 해도 항상 욕을 듣는다. 머리는 왜 달고 다니냐, XX이냐는 하루에 한 번이 기본이다"라고 증언했다. 다른 어시스턴트들도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하는지 속옷 색깔까지 참견하면서 바꾸라더라", "가끔 실장 강아지 수발을 들어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개인 비서 느낌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 같이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장기 근속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응답자의 51.18%가 업계 근무 경력이 1년 6개월 미만이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김정임 지부장은 "2017년에 스타일리스트 실태조사를 진행했을 때 (이들은) 임금 30여만원을 받고 방값을 80여만원 내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서 "지금은 2020년이다. 대통령이, 시장이 노동 존중을 이야기하는 서울시에서, 수억원을 받는 스타들의 일을 하는 이 사람들이 그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게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구 △체불임금 집단진정 △청년유니온 패션어시 지부 설립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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