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라임 사태로 인해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 발표를 한 뒤 기자들이 묻는 질의에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이 한 대답입니다. 사실상 인력 문제 때문에 조사를 빠르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위가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3년안에 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4개월 만에 21년 걸릴 일을 3년 안에 한다고 한 건 왜일까요?
희대의 금융사기극이라는 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금감원은 무력했고,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제도를 만든 건 금융위였습니다. (금융위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공무원 조직, 금감원은 법과 제도를 토대로 감독하는 준공무원 조직입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라임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할 때도 정책 실패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또 터졌으니 금융위도 무언가 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러니 '전수조사'라는 도구를 들고왔을 테고요. 하지만 금융위도 말했듯이 이 전수조사라는 게 3년에 걸쳐 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왜 금융당국이 손을 대지 못했을까요. 1만여개가 되는 사모펀드와 230여곳이나 되는 전수조사를 하기에 금융당국의 인력이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금감원의 자산운용사검사국은 5개 팀으로 32명에 불과합니다.
21년 걸릴 일을 3년 안에 했다고 쳐도 문제입니다. 서류 점검에만 3년이 걸린다는데 정상적인 사모펀드가 통상 3~5년 사이에 청산하는 걸 고려해보면 그 사이에 없어질 펀드도 부지기수일 건 불 보듯 뻔합니다. 서류 점검에서 옵티머스 같은 사건을 발견했다고 쳐도 그렇습니다. 그걸 인지한 시점에 관련자들이 이미 '먹튀'하고 잠적할 것이 뻔한데, 지금 사건이 터진 옵티머스를 검사하기도 바쁜 금감원 직원들이 전수조사에 신경을 쓸 수나 있을까요.
전수조사를 말할 게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치는 게 제2의 라임, 제2의 옵티머스가 나오는 걸 막는 일입니다. 옵티머스 사태가 딱 사모펀드 제도의 사각지대만 파고든 사고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펀드는 주로 증권사, 은행 등 판매사를 거쳐 투자자에게 판매됩니다. 판매사는 고객과 자산운용사 각각에게 판매 보수를 받고 돈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법적으로는 상품의 부실 여부를 감시할 의무가 없습니다. 여기서 고객은 우선 1차 놀랍니다.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를 믿고 거래했는데 그런 의무가 없다니, 난 누굴 믿고 거래를 한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DLF,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까지 애꿎은 피해자들만 가슴을 칩니다. 몇년 간 거래한 은행 또는 증권사를 믿었는데... 은행과 증권사는 또 말하죠. 자산운용사가 속였다고요. 그렇다면 그 자산운용사만 전수조사한다고 될 일일까요. 국내 굴지의 은행과 증권사까지 자산운용사가 속이는 일이 벌써 두 번이나 터졌다는 건 현재 사모펀드 시장 안전핀이 다 빠진 건 아닐지요. 그렇다면 안전핀을 다시 제자리에 끼우든 다른 안전판을 세우든 조치를 취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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