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경찰서는 지난달 15일부터 2박3일간 춘천의 교내 수련시설에서 합숙훈련을 한 한국체대 남자 핸드볼부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를 수사 중이다.
한국체대 핸드볼부 저학년 선수를 대상으로 한 고학년 선수의 폭력 행위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가해자는 피해학생들에게 라면 국물을 붓고 얼굴과 가슴을 때리는가 하면 흉기와 그릇을 던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학교측이 교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핸드볼부 선수단의 합숙훈련을 허용한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한국체대가 지난달 15일 교내 게시판 등을 통해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태권도학과 학부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학생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학과 수업에 참석하고, 선후배와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학교 안팎에서 다수의 학생과 밀접 접촉했다.
다행히 밀접 접촉자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한국체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수업을 받은 건물을 포함한 교내 모든 건물에 방역 소독을 진행하는 한편, 전문실기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측은 남자 핸드볼부가 15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강원도 춘천의 교내 훈련시설에서 합숙훈련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국체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젊은 학생들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훈련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생활관에서 집단 격리 생활을 했다”며 “그러다 보니 재충전할 기회가 필요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서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시도한 것인데 선후배 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남자 핸드볼부가 합숙훈련을 떠난 것에 대해 “모든 단체활동은 학교에 보고 후 가도록 돼 있다. 학교 차원의 관리가 부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로 합숙훈련을 떠났다는 점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적 노력에 반하는 행동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남자 핸드볼부뿐 아니라 한국체대 소속 다른 종목 선수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단체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자 한국체대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2020년에 예고된 도쿄올림픽과 전국체전 등 수많은 체육 행사가 미뤄지는 현실 속에 미래 한국 체육을 이끌어 나갈 이들을 육성하는 국립대학인 한국체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