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중국인 '무죄' 왜…"부실한 검찰의 공소유지"

피고인 혐의 부인하는데…증언해줄 피해자 출국 방치
결국 증인 신문 못했던 재판부, 수사기록 증명력 인정 안 해

제주지방검찰청. (사진=고상현 기자)
중국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불법체류 중국인이 강간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핵심 증인이라 할 수 있는 피해자의 증언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소 유지에 힘써야 할 검찰은 피해자가 재판 직전에 중국으로 돌아가는데도 방치했다.

◇불법체류만 '유죄'…특수강간은 '무죄'

지난 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특수강간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국인 A(42)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A 씨는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A씨는 2018년 12월 31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뒤 체류기한(30일)을 훌쩍 넘긴 지난해 12월까지 제주에 체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A씨는 불법체류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 밤 서귀포시 모처에서 중국인 여성(44)을 흉기로 협박하며 강간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수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핵심 증인인 피해자 증언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가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 부인하는 상황인 터라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가 필요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소 유지에 힘써야 할 검찰은 피해자가 재판 직전에 중국으로 돌아가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증인 신문 위해 모든 수단 동원해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정에서 피해자가 증언하지 않아도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 한 진술의 증명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가 숨지거나 질병을 앓는 등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 피해자가 외국에 있더라도 수사기관이 피해자가 일시적으로 귀국해 법정에 출석하도록 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법정 출석이 불가능할 때만 예외를 두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고상현 기자)
◇피해자 출국 미루는 등 어떤 조치도 안 해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검찰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피해자는 첫 재판이 열린 지난 3월 19일 직전인 3월 7일까지 제주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출국을 미루는 등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또 A씨가 경찰 수사 단계부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검찰은 피해자가 출국하기 전까지 피해자 진술에 대한 증거보전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증거보전절차는 정식 재판 이전에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 증거 확보를 위한 증인 신문 등이 진행되는 절차다.

피해자가 입국 계획이 없다고 밝히더라도, 검찰은 중국 정부와 사법공조를 통해 증인신문을 실시하도록 요청할 수 있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돼 있다.

결국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검찰이 피해자를 법정에 출석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고소장, 피해자에 대한 검‧경 진술조서의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의 부실한 공소유지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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