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검언유착 사건 손 떼라' 사실상 사퇴 압박…윤석열 '딜레마'

추미애, 헌정사상 두 번째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발동
사퇴 요구 해석 속 윤석열 지휘 수용 여부 장고
오늘 전국 검사장 회의…긴장 기류 최고조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사실상 손을 떼라는 취지로 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은 이날 두 가지 지휘 사항 가운데 일단 일부 이행 입장만 밝힌 뒤 전국 검사장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윤 총장이 추후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검찰총장직 수행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번 추 장관의 지휘가 사실상 사퇴 요구로 여겨지는 이유다. 윤 총장을 향한 여권과 추 장관의 거센 압박 국면이 종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秋 "검언유착 사건 자문단 중단하라…수사팀 독립성 보장" 초강수 지휘

법무부는 이날 오전 추 장관 명의의 수사지휘서를 공개했다. A4 용지 3쪽 분량으로, 수신자는 윤 총장이었다. 여기엔 '검찰청법 8조 규정에 의거해 다음과 같이 지휘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헌정사상 두 번째로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이 발동된 것이다.

추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지휘는 윤 총장이 이 사건 심의를 위해 소집한 자문단 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추 장관은 지휘권 발동 배경에 대해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윤 총장의 수사 지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달 초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의혹 당사자인 이 사건 지휘‧감독의 주체를 대검 간부 협의체인 '부장회의'로 정하고 여기에 '총장 보고 없이 독립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혐의 성립 여부 등을 두고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이 가운데 윤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 방해 행보 아니냐는 비판이 여권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유도 이런 시각과 궤를 같이 한다.

추 장관은 전날 여당 주도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자리에 참석해서도 이번 자문위 소집 논란에 대해 "제가 책임지고 지휘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총장 지휘권 발동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윤석열, 일단 '지휘 수용 보류'…"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처지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은 지난달 30일 추 장관 지휘사항과 동일한 내용을 윤 총장에게 요구하며 사실상 항명했지만, 윤 총장은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 사항을 그대로 따를 경우 조직 내부에서 영(令)이 서지 않게 되고, 반면 지휘 사항을 거부할 경우 장관에 대한 항명으로서 여권은 물론 검찰 안팎의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어떤 경우도 검찰총장으로선 '가시밭길'이라는 점에서 추 장관의 지휘는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도 여겨진다.

윤 총장은 이날 내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일단 3일로 예정됐던 자문단 소집 일정 취소 입장부터 내놨다. 대검은 추 장관의 지휘서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뒤 5시간50분 가량 지나서야 "내일 자문단은 소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의 지휘가 즉각 이행되지 않고 대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점, 지휘 사항 일부에 대해서만 애매한 수용 입장이 우선 발표됐다는 점은 추 장관에 대한 윤 총장의 불편한 시각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비춰졌다. '자문단 절차 완전 중단이 아닌 잠정 중단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검은 "이후 상황은 오늘 답변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자문단 소집은 일단 취소…오늘 尹 주재 검사장 회의 결과 '주목'

대검은 특히 나머지 지휘 사항인 '중앙지검 수사팀 독립성 보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렇게 판단이 미뤄진 배경에는 해당 수사팀이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일각의 시선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총장은 수사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수사 독립성을 요구하자 대검 명의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는 것은 '수사는 인권침해적 성격이 있기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협박을 했다고 지목된 이들과 피해자 사이에 말을 전달한 이들도 많아 범죄 혐의 성립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따지고 의혹 제기 배경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대검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 여권 코드 맞추기식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은 3일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할지 전국 검사장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총장 거취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오전에는 고검장급 수도권 지검장, 오후에는 전국 지방청 지검장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널리 다양한 의견수렴을 구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장관이 검창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첫 사례는 2005년 천정배 장관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불구속 지시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시는 따랐지만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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