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감독, 그리고 팀닥터는 팀에서 절대 권력자였다. 고(故) 최숙현 선수는 이런 감독과 팀닥터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고,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지난달 26일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5년 경주시청과 합동훈련을 하면서 폭행이 시작됐다. 경주시청 입단 뒤에는 더 심해졌다. 1년 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보고 없이 복숭아 1개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체중 조절에 실패해 사흘 동안 굶어야 했고,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어치의 빵을 혼자 먹도록 시킨 가혹행위도 있었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감독과 팀닥터가 술을 마시면서 최 선수를 폭행하기도 했다.
유족이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팀닥터가 5명의 선수를 불러모아 폭행했다. A, B선수를 차례로 구타한 팀닥터는 최 선수를 폭행했다. "이빨 깨물어"라는 강압적인 말과 함께 계속해서 폭행을 가했다.
이후 3명의 선수가 밖으로 나갔고, 최 선수는 계속 폭행을 당했다. "죄송합니다"라고 울어먹여도 멈추지 않았다. 폭행을 지켜보는 감독은 말리기는커녕 팀닥터를 거들었다.
팀닥터는 밖으로 나갔던 C선수를 호출했다. 팀닥터는 C선수를 향해 "너는 아무 죄가 없다"면서 폭행했다. C선수 구타 후 최 선수를 향해 "네가 못 맞아서 얘가 대신 맞는 거다. 알겠나"라고 폭언했다.
팀닥터의 폭행이 끝나자 감독의 협박이 이어졌다. 감독은 "닥터 선생님께서는 알아서 때리시는데 아프나", "푸닥거리할래, 나하고", "내 손대면 여기 다 죽는다. 모르나. D부터 죽여줄까"라고 협박했다.
최 선수를 폭행한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하지만 군인올림픽에 출전한 트라이애슬론팀 팀닥터도 맡는 등 경상도 일대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최 선수는 3월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2명을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도 신고했고, 지난달에는 대한철인3종협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 선수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