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의한, 푸틴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77% 찬성

2024년 대선서 5기 집권 도전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과학아카데미 건물에 차려진 투표소에 직접 나와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열어줄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1일(현지시간) 실시됐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2024년 5기 집권에 도전할 수 있게 푸틴대통령은 이른바 '현대판 짜르'에 등극할 수 있게 된다.


투표는 러시아 전역의 9만6천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됐다. 영토가 광범위해 수도 모스크바보다 9시간 빠른 극동 캄차카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모스크바보다 1시간이 늦은 서부 칼리닌그라주의 투표소가 문을 닫으면서 투표는 모두 종료됐다.

개표는 극동·시베리아 지역부터 시작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모스크바 시간) 현재 60% 개표 상황에서 76.9%의 투표자가 개헌을 지지하고 22%가 반대했다. 투표율은 65%로 잠정 집계됐다.

1일 러시아의 개헌 국민투표 모습. (사진=연합뉴스)
푸틴, 지난 1월 국정연설서 셀프개헌 제안

개헌 국민투표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월 연례 국정연설에서 스스로 제안해, 본인의 장기집권을 위한 셀프 개헌에 해당한다.

개헌안에는 '동일 인물이 두차례가 넘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포함돼 대통령의 임기는 연임까지만 허용된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이 여기에 포함됐다.

현재 4기 집권중인 푸틴의 기존 대통령 이력은 지우겠다는 것으로, '푸틴에 의한, 푸틴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개헌인 셈이다.

국민투표에서 예상대로 개헌안이 최종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72세가 되는 2024년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재출마해 84세가 되는 오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나 더 역임할 수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과학 아카데미 건물에 차려진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푸틴은 전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의 격전지였던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주 르줴프에서 열린 전몰용사 기념비 제막식 참석에 앞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위해 투표하고 있다"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애국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장소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선거 당국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재외국민투표를 허용하고,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임무를 수행중인 우주인 2명에 대해서도 온라인 전자투표와 대리 투표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유권자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개헌안은 통과된다. 앞서 개헌안은 이미 지난 3월 의회(상·하원)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을 때만 개헌안이 발효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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