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기 어렵다" 추미애, 지휘권 발동 예고…秋·尹 충돌하나

'검언유착' 자문단 놓고 '추·윤' 충돌 조짐
추미애 "검찰총장 직권도 기준 없으면 남용"
"공정성 우려돼"…장관 '지휘권 발동' 시사
맹공격 속 윤석열 '자문단 강행' 여부 주목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자료사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라며, 지휘권을 발동해 직접 제동을 걸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검찰 내부의 갈등이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정면 충돌로 번지는 모양새다. 수사팀에 이어 여권과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윤 총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처리를 두고 검찰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여당 의원의 지적에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도 문제 제기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제대로 지휘를 하는 것이 장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사안이냐는 물음에도 "당연히 해당한다"며,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려고 "사실 (관계를) 조사·확인 중이다"고 답했다. 장관의 총장 지휘권 발동을 사실상 예고한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같은 지휘권 발동의 근거로 추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자문단 구성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최근 일부 언론은 자문단에 참여하는 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은 "공정성 부분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대내외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며 "공정성을 해치는 (자문위원) 구성이라면 아마 (검찰총장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예전 다른 사건에서는 구속된 피의자가 청구한 (자문단 요청은) 안 받아들였다"며 "아무리 검찰총장 직권이라고 해도 합리적 기준 없이 선택적으로 하면 그것도 남용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직권남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절차를 문제 삼고, 그 과정에서 지휘권 발동까지 예고한 추 장관의 발언에는 결국 하루 앞으로 다가온 자문단 회의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자와 현직 검사장 사이의 '검언(檢言)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널A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채널A 본사의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자문단에서 이모 전 채널A 기자에게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릴 경우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까지 수사가 못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으로서는 검찰 안에서는 수사팀, 밖에서는 추 장관과 여권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당하는 모양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자문단 소집에 반발하며 자문위원 추천을 포기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자문단 소집을 중단해달라"며 윤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를 윤 총장이 일축한 상황에서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자문단 소집에 제동을 걸 경우 윤 총장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사건에 이어 검찰총장이 주요 사건마다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저지당하면 조직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총장의 역량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앞서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에 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된 점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의 보고와 지휘를 대검찰청 부장회의체에서 맡도록 조치했다.

이후 수사팀은 강압 취재 가해자로 지목된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 부장회의에 보고했다.

이에 대검 부장회의가 열렸고, 구속영장 청구의 필요성과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공통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윤 총장은 내부에도 이견이 있다는 판단 아래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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