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보이는지 봐라" 고교 교사 강압적 생활지도 논란

부산 A고 교사, 모든 학생 앞에서 "치마 속 보이는지 들여다봐라"
학생들이 서로 치마 길이 재거나, 앉았다 일어나라고 지시하기도
시민단체 "상당한 성적 수치심 안겨…교장·가해교사 처벌하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들이 생활지도 과정에서 여학생을 앉혀놓고 다른 학생들에게 치마 속이 보이는지 확인시켰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1일 오전 11시 부산 사하구 A 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지도라는 미명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한 교사를 즉각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네트워크에 따르면, 사립고인 A고 생활지도 교사들은 지난달 6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이 학교 1·2학년 여학생 전원을 불러 '여학생 간담회'를 개최했다.


교사들은 학생을 상대로 교복 치마 길이 규정을 설명하던 중 치마가 짧은 학생과 긴 학생을 불러 의자에 앉힌 뒤, 다른 학생들에게 의자에 앉은 학생들의 치마 속이 보이는지 직접 들여다보라고 시켰다.

또 참석 여학생들에게 서로 치마 길이를 재라고 지시하거나, 속옷이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도록 하기도 했다.

1일 오전 11시 부산 사하구 A고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사진=박진홍 기자)
교육네트워크는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여학생들은 '우리가 마치 죄인처럼 느껴졌다'거나, '징계 이야기를 해 두려웠다'고 말했다"며 "이를 토대로 학생들은 상당한 수준의 인권탄압과 정서학대, 성적 수치심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건 발생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학교나 교육청은 가해 교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들이 여전히 같은 공간에 있다"며 "교사들이 학생들을 징계 운운하며 협박한 정황이 있는 만큼 이들을 즉각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와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수년 동안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교칙을 개정하도록 요구해왔지만, A 고교에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교칙이 남아 있다"며 "학생도 사람이라면 기본으로 가지는 인권이 있으며, 교사는 노예주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교육네트워크는 또 "사립학교법의 한계로 교육청이 교사를 직접 처벌할 수 없어 사립학교에서는 비위에 연루된 재단과 교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공립학교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A고 교장이 사건이 밝혀진 이후에도 사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육네트워크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고 교장은 지난 29일 조례에서 교사들에게 "해당 선생님들을 면담해보니 잘못한 게 없고, 지도 내용은 이해하기 나름"이라며 "학생들이 오해해 불만을 유포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시 교육청에서 생활지도부 교사들을 배제하라고 하는데, 선생님 전원을 빼면 생활지도를 누가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선생님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오다빈 활동가는 "A 고교는 지난 2018년에도 교사의 폭언과 교장의 모욕 발언이 문제가 되는 등 학생 인권침해가 계속돼왔다"며 "교장과 해당 가해 교사를 엄벌해야 하며, 교육청은 시민단체와 함께 교칙 점검단을 구성해 A고의 인권탄압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A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 학교는 예전부터 교사들이 교권이라는 권력을 앞세워 잘못 없는 학생들을 고함을 치며 몰아세우고 선도위원회를 열어 처벌하는 등 인격을 무시해왔다"며 "교사의 말 한마디에 아픔을 겪는 학생들이 참고 복종해야 하는 구시대적 학교 문화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A고에 이 사안을 경찰에 신고하도록 요청했고, 경찰은 지난 12일 아동학대 관련 사안으로 신고를 접수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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