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없죠? 땅땅땅"…역대급 추경, 순식간에 3조 증액

예산심사 상임위 대부분 1~2시간 만에 종료
15분 만에 상임위원 질의 끝낸 곳도
대학 등록금, 소상공인 지원 등 증액
'졸속 심사' 비판 불가피…불참 통합당 책임론도

3차 추경 심사를 위해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가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뒤늦게 목표 시한을 맞추느라 상임위원회 심사는 하루 만에 '벼락치기'로 끝냈다.

이 과정에서, 그러잖아도 역대 최대 규모(35조원)였던 정부안에 더해 3조원이 훅 늘어났다. 추가 절차가 남았지만 논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과 참여를 거부한 미래통합당 모두에게 '졸속 심사'라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15분 만에 끝낸 상임위원 질의

"다른 의견 없으십니까? 이의가 없으시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석에 앉은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30일 아침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물은 뒤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땅땅땅.

=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가위가 이렇게 의결한 안건은 정부가 제출한 10억 9천만원 규모 여성가족부 몫 추경안을 인정하고 추가로 3억 4천만원 수준의 예산을 증액하자는 것. 증액 예산은 '아동여성 안전교육', '여성폭력 방지정책 추진 기반구축'에 주로 쓰인다고 한다.

심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정부와 집권여당이 물밑에서 사전에 조율했겠지만 상임위 차원의 공개 논의는 사실상 졸속으로 이뤄졌다.

여가위가 추경안 논의를 시작한 건 전날 저녁. 본회의에서 원 구성, 즉 상임위원장 선출을 이른바 '민주당 싹쓸이'로 끝낸 뒤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이뤄진 시간은 고작 30여분에 불과했다. 특히 정부에 대한 위원 질의는 15분밖에 이뤄지지 못했다. 대부분이 겸임하던 다른 상임위 참석 등을 이유로 불참한 탓에 의결 정족수마저 미달했다.


여가위는 결국 다음 날에야 추경안을 의결했다. 동시에 다음 단계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소위원회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경제고통 탓에 시급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3차 추경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졸속 운영에 유감" 회의장 박차고 나가

여가위뿐 아니라 모든 상임위가 그랬다. 대부분 1~2시간 안에 회의를 마쳤다. 그나마 기획재정위원회가 6시간 가까이 논의한 게 면을 세운 수준이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2조 3100억원, 교육위원회가 3800억원,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가 3100억원 정도를 정부안보다 늘렸다.

여기에는 대학생 등록금을 반환하는 학교에 대한 지원금과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원안보다 감액한 곳은 국방위원회 9억 2천만원, 법제사법위원회 4천만원 밖에 없었다.

야당에서는 상임위 심의과정이나 편성결과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할 수 없다. 졸속 운영에 유감을 표한다"며 기재위 심사 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기재부 차관 출신 통합당 추경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실 예산편성을 지적해 혈세를 아끼고 국가채무 증가를 제어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자기들 잇속 챙기는 증액에만 합의했다"며 "책임은 폭주 국회를 강행한 집권여당이 오롯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 구성에 대한 반발로 상임위 출석 자체를 하지 않았던 통합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통합당은 추경 처리 시점을 1주일가량 늦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각 상임위가 넘긴 예산안은 예결위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예산소위는 뛰어넘었고 1일부터 이틀간 조정소위를 진행한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인 오는 3일 본회의에서 3차 추경안을 최종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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