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매각하면 마이너스"라더니 "지분 모두 헌납" 이스타항공 날개 펼까

이상직 "가족 소유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회사에 헌납"…"임금 체납 해결할 것"
제주항공 "전혀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인 행보"…"체불 임금 해소와 M&A는 다른 얘기"
노조 "체납 임금이 M&A 걸림돌인데, M&A로 매각금 나오면 임금 해결?" 발 빼려는 꼼수
전세계 항공업 최악, 적자 기업 인수 부담 및 업황회복 요원…M&A 불발 전망도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실소유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과 자녀 등 가족이 보유 지분 전량을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제주항공과 인수 합병(M&A)의 가장 큰 걸림돌인 체납 임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타 오너 일가가 던진 초강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M&A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체납 임금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 일가가 헌납하는 지분이, 250억 원 상당의 체납 임금을 해결할 '재원'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개선의 여지가 불투명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 이상직 의원 "가족 소유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회사에 헌납" 제주항공에 인수 촉구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의원 일가는 아들과 딸이 합쳐 지분 100%(아들 66.7%, 딸 33.3%)를 보유한 지주회사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 38.6%를 갖고 있다. 이 지분의 현재 가치는 약 410억 원이다.

M&A 종결시한인 지난 29일 이 의원의 '지분 포기' 선언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수백억 원 임금체납에다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와 동시에, 오너 일가가 매각으로 가질 수 있는 각종 이득을 포기하면서, 인수 협상에 대한 공을 제주항공에 넘긴 것이기도 하다.

이스타항공 임금 체납 규모는 약 25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셧다운(운항 중단) 하면서, 매출이 사실상 '제로'가 됐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까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이런 비용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떠안기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제주항공은 "그런 의무가 없다"고 맞서왔다.

서로 평행선만 달리다 딜 클로징 기한을 맞은 이스타항공은 벼랑 끝에서 제주항공에 역공을 펼친 셈이다.

"인수합병 말고는 이제 답이 없다"는 최종구 대표이사는 "제주항공도 많이 어렵겠지만,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 계열사이자 LCC 1등 기업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근로자 대표들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유상 경영본부장. (사진=연합뉴스)
◇ 제주항공 "언론 보도로 내용 접해, 상황 파악 중"…"체불 임금 해소와 M&A는 다른 얘기"


갑작스러운 이 의원의 지분 헌납에 제주항공은 당황한 분위기다. 인수합병 당사자 간 어떤 예고도 없이 이스타항공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데다, 오너 일가의 지분 헌납 계획만 밝혔을 뿐, M&A를 다시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전혀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인 행보"라면서 "이스타항공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지 않아 (우리도) 기사로 해당 내용을 접했고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제주항공은 단지 입금체불 문제만이 M&A의 선결 조건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상호 비밀 준수 조항이 포함된 주식매매계약(SPA)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내용도 많다는 것이다. 해외 기업결합 심사(베트남),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3100만 달러) 등의 문제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의 지분 헌납은 양측의 거래 대상일 뿐, M&A 성사와는 '별도의 것'으로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 측은 "직원 체납 임금 문제는 M&A와 관계없이 이스타항공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체불임금 해소와 M&A 완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 "체납 임금이 M&A 걸림돌인데, M&A 성사로 매각금 나오면 임금 해결?" 발 빼려는 꼼수

이스타항공 노조도 오너 일가의 지분 헌납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타항공은 김유성 전무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소하고 싶어도 이스타항공의 자금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M&A 완료 뒤 매각 대금이 나오면 임금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분 매각 차익이 이스타항공에 귀속되면, 이를 통해 임금체불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건 '제주항공과의 M&A가 성사됐을 때' 성립하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등으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제주항공 입장에서 이 의원의 지분 반납은 이번 M&A와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불투명한 자금 조달, 매각 차익 등에 대한 의혹이 전날까지만 해도 이스타항공은 매각 시 오히려 이스타홀딩스는 마이너스라며 해명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오너 일가의 지분 반납을 선언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실효성도 없는 지분 헌납을 통해 이를 무마하려 한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은 "M&A를 촉구할 의지가 있다면 사재를 투입해 임금체불 등을 해결하고 차후 발생하는 지분차익에서 이를 보전하는 게 순서"라면서 "지금 상황에서의 지분반납은 헌납이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고 빠지겠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 애경 "항공업 최악, 적자 기업 못 품어"…이스타 파산 시 제주항공 책임도 있어 '고심중'

이런 이유로 제주항공이 M&A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임금 체불 외에도 인수 완료를 위한 조건들이 모두 선행돼야 하는 문제도 남았다.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항공 업황 회복 시점마저 요원한데, 자본 투입이 필요한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간 자칫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자본총계가 -1042억 원으로 전년 동기(-632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늘었다. 올해 1분기에만 35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으며, 부채비율은 210%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현재 250억 원 규모인 임금 체불 규모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딜 클로징 사흘 전인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제주항공이 이사 후보자 명단을 제공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임시 주총은 다음 달 6일로 연기됐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상태다.

그렇다고 제주항공도 마냥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실제 파산한다면, 제주항공도 결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주항공이 일찍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면 정부 지원을 통한 기업 회생도 전혀 불가능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스타항공도 어쨌든 M&A를 마무리 짓기 위해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체납 임금에 적자도 심한 데다 전세계 항공업 자체가 최악"이라면서 "제주항공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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