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후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정 실장의 유임 가능성이 청와대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인사가 곧 메시지'라는 인식 하에 정 실장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사퇴 후에 상황이 미묘하게 변화하면서 정 실장이 그대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실장 본인도 교체설의 와중에 터져나온 볼턴 회고록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미국 NSC측에 이례적으로 항의 문서를 보내고 이를 공개하면서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본인의 건재함을 국내외에 과시한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유임설의 한 배경이기도 하다. 평소 문 대통령은 인사를 함에 있어 여론에 휩쓸리기 보다는 긴 호흡에서 신중히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인사를 통해 위기를 넘기려 하기 보다는 참모들을 신뢰하는 쪽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인적 쇄신 필요성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제기됐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단지 군사행동을 '보류'한 것일 뿐, 언제든지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현재 임 전 실장이 통일부 장관직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NSC의 큰 틀 안에서 보다 속도감 있게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장관보다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여권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은 이미 대통령 비서실장을 수행하면서 총체적으로 NSC의 상황을 지켜보고 컨트롤 했던 경험이 축적돼 있기에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유임과 관계없이 현 상황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고도의 중재 역할을 함과 동시에 돌파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책무를 지니게 된 것은 분명하다.
수개월간 지체됐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속도감 있게 끌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체제가 정책적·정무적으로 쇄신하거나, 인적 구성이 바뀌는 두 방법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을 유임시킬 지, '임종석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외교안보라인 인사의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