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감독은 "박병호가 (사흘 동안 휴식 뒤) 돌아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박병호는 지난 16일까지 타율 1할9푼7리의 극심한 부진을 보여 17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20일 SK전부터 복귀해 23일 LG전까지 3경기에서 6안타 3홈런을 뽑아내는 등 맹타를 휘둘렀다.
다만 박병호의 타순은 4번이 아닌 5번이었다. 조금이나마 박병호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코치진의 배려였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박병호는 5번에 있는 4번 타자"라면서 "실질적인 4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주포에 대한 예우를 했다.
4번 복귀도 사실 이날 이뤄질 수 있었다. 손 감독은 "그동안 4번을 치던 박동원이 타격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해서 손바닥이 까졌다"면서 "그래서 박병호를 4번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박병호는 다음 날인 25일 4번으로 복귀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3타수 1안타(2루타) 2사사구 1득점으로 5 대 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예열을 마친 박병호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 폭발했다. 경기 중후반까지 침묵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마지막 타석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박병호는 4 대 5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 기회를 맞았다. LG 벤치는 1사 2, 3루에서 3번 이정후를 거르고 박병호를 택했다. 앞선 4타석에서 삼진 3개, 볼넷 1개에 그친 까닭이었다.
팀의 8연승과 함께 단독 2위 도약을 이끈 한 방이었다. 이날 승리로 키움은 28승 17패를 기록, 두산(27승 17패)을 3위로 끌어내리고 한 계단 올라섰다.
박병호 본인에게도 슬럼프를 완전히 날린 시원한 아치였다. 박병호는 20일 복귀 후 5경기에서 8안타를 날렸는데 그 중 4개가 홈런이었다. 특유의 장타력이 살아난 것이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잠실에서만 3개의 홈런을 날렸다.
박병호는 경기 후 "LG 정우영의 빠른 공에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다"면서 "그 생각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역전포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역전이 된 홈런이 만루포가 돼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 감독은 24일 "박병호가 오자마자 어린 선수들에게 많이 웃어주고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다"면서 "물론 잘 치니까 좋지만 밝아진 모습으로 더그아웃에 있으니까 다른 선수들도 밝아지고 해서 좋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의 부담을 털어버린 박병호는 손 감독의 믿음에 부응해 완벽하게 4번 타자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