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 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지난 11일 검찰시민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 안도했지만, 이제 다시 수사심의위의 잣대 앞에 '운명'을 내맡기는 신세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으로선 상상하기 싫은 '초대형 악재'를 맞이하는 셈이다.
삼성측은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시민위원회 결정 등이 현재의 민심과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판단하고, 수사심의위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 절차와 결과의 적절성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 검찰에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권고안이 강제력이 없어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권고를 검찰이 모두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삼성이 심의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다.
만약 수사심의위가 기소쪽으로 결론을 낼 경우 삼성측은 이 부회장이 한차례 구속됐던 2017년 재판 당시보다 심각한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사 기록만 20만쪽에 달할 만큼 방대한데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삼성 임직원들도 많아 일각에서는 1심에만 2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또한 기소 이후 유죄가 선고되는, 즉 '총수 공백'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위기 대응'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시설 투자 등 전략적 판단 등은 총수가 아니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이 부회장은 활발한 '현장 경영'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 19일, 23일 삼성전자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해 미래 전략 검토 및 임직원 격려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위기극복론'을 강조했다.
'총수의 공백이 더 큰 위기의 근원일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읽힌다.
어쩌면 이번 사건의 최대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사심의위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된 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