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수 조영남 '그림대작' 무죄 확정

"미술작품 가치 평가에선 '사법 자제' 원칙"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는 조영남씨. (사진=연합뉴스)
보조작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팔았다가 사기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조씨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송씨에게 1점당 10만원 상당의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송씨가 임의대로 회화로 표현하게 하는 등 작업을 지시했다. 작품 판매 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작업에 참여한 송씨를 조씨의 보조가 아닌 '독자적 작가'로 판단하고 피해자들을 기망한 점을 인정해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영남씨 대작 의혹 사건의 그림 가운데 하나로 검찰이 제시했던 '병마용갱'.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항소심은 해당 작품들이 조씨의 고유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고 송씨는 기술보조에 불과하다는 조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을 바꿨다.

대법원도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해당 미술작품의 저작권이 송씨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하므로 조씨를 저작자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검사는 사기죄로 기소했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이번 재판에서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는 정면으로 문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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