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주식, 파생상품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2022년부터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한해 과세기간 동안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서 보는 손익을 모두 합산해 과세하고, 손실은 3년 한도 내에서 이월 가능하도록 했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2년과 2023년 2년간에 걸쳐 총 0.1%포인트를 인하한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개미들은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이중 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30대 개인 투자자는 "기재부가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양도세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거래세의 전면 폐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이중적"이라면서 "거래세와 양도세를 이중으로 과세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이 조세 정의의 실현이라면 세수 부족을 감수하고라도 거래세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정부에서 방안을 발표한 것이지만, 공청회 과정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관문이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 당연히 아니다. 공청회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시장 충격이 우려보다는 양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초 양도차익 과세 도입 시 단기적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충분한 유예 기간과 완충 장치가 제안됐기 때문에 시장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부터 논의됐단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의 방안이 제시된 것이며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완충 장치를 더 적용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반응은 일단 약간의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도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만한 사항은 아니다. 일시적 조정기가 찾아왔다가 안정화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황 연구위원은 "2천만원 면세 범위를 설정한 것이 가장 큰 완화장치고, 손익 통산, 이월 공제 들어간 부분들은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식으로 2천만원을 넘었을 때는 세금이 확 늘어난다. B주식을 1억원에 매입한 뒤 1억 4천만원에 매도해 4천만원을 벌었을 경우 세금은 현행제도로는 35만원만 내면 된다. 증권거래세 0.25%만 내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제도에서는 양도차익 4천만원에서 기본공제 2천만원을 빼고 2천만원의 양도소득세 400만원을 내야 한다. 양도금액 1억 4천만원은 증권거래세 0.15%까지 내야해 21만원을 더 내야 한다. 새 제도를 도입하면 세금이 약 12배가 뛴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대만의 경우 거래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유지되다 보니까 주가가 굉장히 폭락을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닐 것이다. 현재 정부 안은 단계적으로 거래세를 인하한다는 것까지 나왔지만, 폐지까지 가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의 움직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은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5년에 전면 폐지하고, 주식 등 양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해 손실과세, 이중과세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