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탈북민 000 (북한군 중대장 출신)
오늘은 6월 25일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2020년 오늘까지도 소리 없는 총성이 오가고 있죠. 대북, 대남 전단지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지금 진행 중입니다. 남한의 민간단체는 결국 보냈고요. 북한은 ‘당신들이 보내면 우리도 보내겠다’ 이렇게 벼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단을 보내는 단체는 이렇게 주장을 합니다. ‘이걸 북한에 보내서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 이것은 인권운동이다’ 그런데 북에서는 지금 소리가 들리고 있나요? 지금 북에서는 다른 증언도 좀 나옵니다. 북한에서 살다 오신 분이 하는 이 삐라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좀 듣고 싶어서요. 저희가 귀한 분을 한번 스튜디오로 직접 모셨습니다.
북한에서 중대장까지 지내고 탈북을 한 분이세요. 신원보호를 위해서 음성 변조, 또 얼굴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 양해를 부탁드리고요. 또 이분과 사전논의를 통해서 말씀하실 수 있는 부분,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선까지만 제가 질문드리는 것으로 조정을 했다는 것 미리 말씀을 드리죠. 어서 오십시오.
◆ 탈북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북한에서 군인으로 근무를 하셨어요.
◆ 탈북민> 네. 군인생활 했습니다.
◇ 김현정> 어느 지역이셨는지까지는 밝히실 수 있습니까?
◆ 탈북민> 네, 황해남도 해주에서 군사복무를 마쳤습니다.
◇ 김현정> 접경지역인 거죠? 그러면 실제로 대북전단을 좀 보셨어요?
◆ 탈북민> 네. 많이 봤습니다. 대북전단은 바람이 북쪽으로 불 때는 그걸 이용해서 야산이나 논에 대북전단 삐라가 군데군데 떨어지는 걸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흔히, 많이 볼 수 있었어요?
◆ 탈북민> 네, 그러니까 수거를 못 하면 그 자리에 그냥 놓여 있는 것도 볼 수 있고 가끔 바람 방향을 따라서 곰박(‘금방’의 황해 방언)와서 터지는 것도 우리가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 탈북민> 네, 북한에서는 북한 주민들이나 우리 군부대도 그렇지만 그 삐라를 이렇게 마음놓고 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삐라가 떨어지면 지역에 있는 지역주민들은 보안원한테 알리게 돼 있고, 또한 그 삐라를 쥐는 순간 정치범인으로 숙청대에 간다고 건건마다 강의를 하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은 전혀 그걸 쉽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혹시는 집어볼 수 있지만 그거를 드러내놓고는 절대 볼 수 없다는 걸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니까 일단 접경지역의 군인들이 볼 수 있는 데까지는 떨어진 걸 꽤 많이 목격을 했다는 말씀이군요.
◆ 탈북민> 네, 많이 봤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주민들은 삐라를 보면 근처에 갈 수도 없다?
◆ 탈북민> 없어요. 그 근처를 갔다는 자체가 벌써 보위부에 정치범인이라는 그런 딱지를 가지고 그거를 감안하면서 봐야 되는데요. 북한은 일주일에 한 번씩, 또 접경지역은 강의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적당 비서들이나 지역의 보안원들이 나와서 이런 강의를 하는데요. ‘대북 삐라가 떨어지면 그것을 즉시 와서 본 사람이 보고를 하라. 보고를 하지 않고 그걸 보거나 그걸 가지고 어떻게 남발했을 때는 지금은 (삐라를) 주울 때 아무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3년이 지나면 그거 약물 처리 됐기 때문에 손이 썩어서 떨어진다’라고 합니다.
◆ 탈북민> 그럼요. 그건 당연하죠.
◇ 김현정> ‘행여라도 그걸 손으로 잡아서 만지면 3년 안에 손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거기는 독극물이 묻어 있다. 독극물 처리가 돼 있다’ 그렇게 교육을 시켜요?
◆ 탈북민> 네, 그럼요. 그걸 지역주민들한테 월 1~2회 정도 교육하고 강의하고, 또 만약에 그걸 모름지기 주웠다고 해도 이거는 즉시 발견했을 때 정치범 수용소를 가야 되고 총살까지 당하는 이런 위협을 주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은 ‘북한 주민들은 이걸 뿌리면 받아서 선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하는데 이건 전혀 아닙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 선생님은 군인이셨으니까 수거를 위해서 그걸 보셨다는 거고. ‘접경지역조차에서도 주민들은 근처도 못 간다. 총살까지 당할 수 있다고 교육을 단단히 받는다’ 그 말씀이군요. 그러면 접경지역 말고 더 위쪽,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까지 날아가요?
제가 이 질문을 왜 드리냐면 지금 전단을 보내는 단체에서는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실제로 많은 주민들이 이 삐라를 보고 실상을 알게 된 후에 탈북을 결심한다. 따라서 이것은 인권운동이고 외교안보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일이다’라고 그분들은 주장하시는데요.
◆ 탈북민> 물론 대북전단을 뿌리는 분들은 그렇게 말씀하겠죠. 제가 같은 탈북민이지만 저도 여기 대한민국에 와서 10년 넘게 지금 살면서 대북전단에 대한 것도 많이 들었고 또 뿌리는 것도 많이 접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놓고 볼 때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여기서 보내는 대북전단으로 인해서 그걸 선동을 받아서 탈북을 한다는 말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그 삐라를 보고 탈북했다는 사람은 10명 중에 1명이나 된다고 생각할까요? 저는 지금 와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또 이전에 북한에 있을 때도 황해남도에서 군사복무도 마치고 또 남편도 같은 복무생활을 하다가 남편이 해주에 거주지가 있어서 거기 와서 아들 둘 낳고 살 때까지도 황해남도에서 살았는데요. 대북전단이 여기서 바람 방향을 따라서 뿌리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면 딱 국경선에까지밖에 못 가요. 황해남도, 강원도, 개성.
◆ 탈북민> 그럼요. 이게 더 갈 수가 없어요. 왜냐? 북한은 산이 많은 지역이고 점점 들어가면서 산이 높아요. 절대 대북전단은 몇 십 km, 몇 백 km를 못 갑니다. 절대 못 갑니다.
◇ 김현정> 평양까지도 날아간다. 그거는 믿기 어려우세요?
◆ 탈북민> 네, 평양까지 날아간다? 거기까지? 지금 여기서 볼 때 황해남도까지는 킬로 수를 봐도 몇 km 안 되지만 평양까지도 그래도 한참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걸 무시하는 겁니다. 평양까지 날아간다고 생각할 때 이게 바람 방향이 어떻게 잘 타서 평양까지 갈 수 있겠는가?
떨어져봤자 남쪽에서 뿌리면 삐라가 딱 코앞에, 황해남도 해주 쪽 논에 떨어지지 않으면 정말 높지 않은 야산에 떨어지는데 그것도 살포돼서 널리 뿌려지는 게 아니고요. 포탄이 떨어져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처럼 딱 그 군데에만 떨어집니다. 그리고 제가 이 삐라를 봤을 때 북한 체제 자체가 독재이기 때문에 그 삐라를 말씀드렸다시피 전혀 우리가 가까이 갈 수도 없고 쥘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거를 발견하는 당시에 보고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정리를 좀 해 볼게요. ‘접경지역의 군인으로 근무하실 때는 사실 많이 봤다. 그런데 일단 접경지역조차도 주민들은 함부로 만질 수도 없고 근처도 갈 수 없는 실상이고. 거기를 넘어서 삐라가 도달도 못 한다’ 그 말씀이신 거예요. 선생님이 목격하신 삐라는 내용이 어땠는지도 좀 궁금한데요. 뭐 예를 들어 정말로 한쪽 면이 아예 달러 모양으로 돼 있어서 멀리서 보면 돈 같고 그래요?
◆ 탈북민> 제가 봤을 때는 저도 가까이에서는 못 봅니다. 그러나 군 생활할 때 병사가 발견해서 지휘관한테 보고해서 삐라가 터졌다고 하면, 나가서 그 삐라 장소에 가보면 어떤 걸 볼 수 있냐면 저도 덥썩 놓습니다. 그걸 쥐면 큰일이 나고.
◇ 김현정> 군인도요?
◆ 탈북민> 그럼요. 군사법에 걸리죠. 그래서 절대 그걸 쥐지 못하는데 먼발치에서 몇 번을 봤을 때는 그때 그 종이 자체가 리체, 여기 말로 말하면 뭐라고 말해야 되겠는가.
◇ 김현정> 코팅이요? 안 찢어지게?
◆ 탈북민> 네, 코팅. 절대 찢어지지 않는 그런 종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흔히 그걸 수거를 할 때는 보안원이 와서 손으로 덥석 안 쥡니다. 인민들한테 교육을 했기 때문에 ‘손이 떨어진다. 쥐는 순간에 정치범한테 보낸다’라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집게를 가지고 와서 보안원도 지역 부락의 젊은 청년들이라든지 북한은 규찰대가 모아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한 열댓 명 되는 청년들을 데리고 가서 비닐봉지에다가 집게로 수거해서 가지고 갑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렇게 실상을 알리는 데 사실상 큰 도움이 안 된다라는 판단을 하시는 거잖아요.
◆ 탈북민> 그럼요.
◆ 탈북민> 하지 말라고 하는데 부득부득할 때는 제 생각인데 그 사람들이 뭔가는, 누군가는 돈을 쥐어주지 않고는 절대 할 수가 없습니다. 탈북민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세상에서 살아왔고, 1990년도 이후 김일성이 사망하고 그 이후부터 북한이 정말 경제적인 식량난을 겪으면서 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고 국경에 사는 여성들은 다 생활전선에 떨쳐나서다 보니까 중국을 거쳐 자본주의라는 이념을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오면 국적을 안 주잖아요. 그래서 북송하고 잡아가고. 그래서 그거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우선 여기 교회에서 선교를 나가신 분들을 통해서 ‘한국에 오면 우리가 자유를 가질 수 있고 국적도 가질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불러서 남한에 오지, 이 전단을 가지고 왜 탈북해요. 북한 주민 자체가 쥘 수가 없는 걸, 이거 못 쥐어요. 북한을 몰라요? 독재 그런 사회에서 그걸 풀어놨다는 자체는 그건 독재가 아니죠.
◇ 김현정> 그럼 대부분 알게 되는 북한의 실상 또 한국의 경제 상황이라든지 문화상황, 이런 걸 알게 되는 경로는 중국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거지 전단이 아니다?
◆ 탈북민>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렇게 날리는 분들은 다른 어떤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라는 개인적인 의심이 드신다는 말씀이군요?
◆ 탈북민> 네, 맞아요. 제가 원래 오늘 방송 출연도 사실 거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4만 4000여 명의 탈북민들이 목숨 걸고 진짜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유를 찾아왔는데 편안히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이 땅 위의 평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싶고 이렇게 전단을 뿌리지 않더라도 진실로 그 북한 주민을 생각하는 탈북민이라면 이걸 멈춰서야 된다고 봅니다.
지금 자기 이익을 위해서 지금 수많은 돈을 받아서 전단에 돈을 왜 써요? 그 돈을 넣을 게 있으면 지금 여기 4만 4000명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고 정말 아무것도 없이 홀로 오신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을 찾아가서 봉사하고 밥 한 그릇 따뜻하게 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결정인데 이렇게 스튜디오까지 와서 실상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탈북민>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탈북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군인 출신의 탈북민 한 분의 이야기 직접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