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작품을 건들지 마오'…명화 '수난시대'

가구 복원가 손에 망가진 17세기 작품
원숭이 모습으로 전락한 '에케 호모'와 같은 복원 참사

가구 복원가 손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17세기 바로크 시대 예술가인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작품.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스페인에서 또다시 작품 복원 참사가 벌어지면서 거센 비판과 조롱에 직면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17세기 바로크 시대 스페인 예술가인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작품이 엉터리로 복원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한 미술품 수집가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바르톨로의 '성모잉태'화의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해 가구 복원가에게 1200유로(약 163만원)를 주고 작품을 의뢰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주인에게 돌아왔다.

회화 복원에 관한 지식이 없었던 가구 복원가는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한 작업을 하던 도중 작품까지 훼손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워진 성모마리아의 얼굴을 두 차례에 걸쳐 덧칠하는 바람에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우스꽝스러운 생김새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작품 소유주는 뒤늦게 전문가를 수소문해 복원을 의뢰했지만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령의 신도에 손에 훼손된 '에케 호모'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스페인에서 복원으로 인한 작품 훼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논란은 더욱 거세다.

2012년 보르하시의 한 성당의 고령 신도인 세실리아 히메네스는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은 예수 벽화를 복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원작과는 딴판인 얼굴을 그려 넣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신도 역시 복원과는 무관한 사람이었지만 성당은 그에게 일을 맡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에케 호모'(ecce homo) 벽화는 크게 훼손됐고 사람들은 이를 '이 원숭이를 보라'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8년에는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에서 16세기 목재 조각상이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복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목재 조각상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르주 성인은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이자 14성인 중 하나로 회화나 조각에서 일반적으로 칼이나 창으로 용을 찌르는 백마를 탄 기사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만화 캐릭터 모습으로 변해버린 조각상 (사진=트위터 캡처)
산미겔 성당은 목재 조각상에 새로 색을 입히는 복원을 업체에 의뢰했지만 해당 업체는 짙은 분홍색 등 강렬한 원색의 물감을 짙게 발라 용맹한 기독교 성인을 표현한 조각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이같은 참사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법률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갈리시아문화재복원학교의 페르난도 카레라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스페인 법률상 복원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복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약국에서 약을 팔기 위해선 약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건물을 짓기 위해선 건축가가 돼야 한다"라며 복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카레라 교수는 지금까지 벌어진 복원 참사를 돌이켜보며 "전문 복원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유산에도 투자해야 하지만 복원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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