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복무 의혹' 공군 병사, 진료 핑계로 집에 다녀왔다

부사관 통한 세탁물 반출·무단이탈 사실로 확인
생활관 단독 사용은 "사실이지만 특별 대우 아니다"
해당 병사, 생활관 동료 병사들과 갈등 빚었다고 전해져
샤워실 보수와 부대 배속 특혜는 '사실 아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한 신용평가업체 부회장의 아들로 복무 중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3여단 소속 최모 상병이 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핑계로 외출해 집에 들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군은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부대가 이 병사에 대해 지휘감독을 부실하게 하고, 규정과 절차에 따른 업무 수행에 미숙함이 있었다는 점 등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최 상병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5가지인데, 공군은 감찰조사를 진행한 결과 3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 또는 사실이지만 특별 대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2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사실에 가깝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군사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 부사관을 통한 세탁물 반출, 음용수 반입 의혹은 '사실'

공군에 따르면 최 상병은 지난해 9월 부대 배치를 받은 뒤 매주 주말 또는 평일 면회 시간을 통해 부모에게 세탁물을 전달하고 그다음 면회에서 돌려받는 식으로 빨래를 했다.

자신이 모낭염과 피부염 등 피부질환이 있어 생활관의 공용 세탁기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2월 코로나19로 인해 군의 면회와 외출외박이 전면 금지되자, 최 상병은 소속 부서의 간부(A중사)에게 이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A중사는 감찰 과정에서 소속 부서 병사인 최 상병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려고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13번에 걸쳐 세탁물을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전달해 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군사경찰은 이 과정에서 A중사의 진술을 기초로 그가 전달해 준 가방 안에 별도의 음용수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사당국은 A중사가 일정한 대가 등을 받고 이를 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 무단이탈은 사실, 다만 엄밀히 따져볼 때 '탈영' 아냐

군형법 79조는 "허가 없이 근무 장소 또는 지정 장소를 일시적으로 이탈하거나 지정한 시간까지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군의 조사 결과 최 상병은 부대에 전입한 뒤 피부질환 등을 이유로 올해 6월까지 민간 병원에서 7회, 군 병원에서 2회의 진료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공군은 병사들의 진료권 확보를 위해 규정을 변경, 군의관의 허가가 없더라도 부서장에게 허가를 받을 경우에는 외출을 통해 민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 상병 또한 부서장인 재정처장 B소령에게 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공군은 최 상병이 가겠다고 한 서울 강남의 병원이 그의 주거지와 매우 가깝다는 이유로, 진료를 핑계로 집에 들렀을 가능성을 의심해 군사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 상병은 군사경찰의 조사에서 실제로 집에 들렀던 것을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공군은 외출과 진료 자체는 부서장의 승인 하에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집에 들르는 등 지정된 장소(병원)를 이탈했기 때문에 '무단이탈'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대를 무단으로 나가는 '탈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당 부서장 B소령은 공군의 감찰조사에서 최 상병의 부모님이 재력가인 것은 몰랐고, 최 상병의 평소 건강 상태 등을 보고 진료 받을 권리를 제한하지 않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허가를 해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3. 생활관 단독 사용, '사실이지만 특별 대우 아니다'

공군에 따르면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무렵 최 상병은 생활관 냉방 온도 설정을 두고 동료들과 갈등이 있었다.

이에 6월 1일 해당 생활관의 으뜸병사(생활관 대표 병사)는 최 상병이 생활관을 단독으로 사용하게 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기지대장 C소령은 관리상의 이유로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최 상병은 두통과 고열(37.8도)로 외진을 다녀왔고, 냉방병과 우울감에 대해 2주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이에 따라 최 상병에게는 6월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생활관을 단독으로 사용할 것이 승인됐다. 다만 그가 11일부터 청원휴가를 나갔기 때문에 실제 단독 사용 기간은 8일이 된다.

실제로 최 상병은 해당 부대에서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동료 병사들과 다소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군은 무기명 설문 등을 통해 같이 지냈던 동료 병사들이 그에 대해 '아버지의 재력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는 등의 내용을 확보했다.

(사진=연합뉴스)
4. 샤워실 보수와 부대 배속 특혜 의혹은 '사실 아님'

최 상병이 부대로 전입해 온 것은 지난해 9월이다. 공군에 따르면 전임(2018년 12월~2019년 12월 재임) 3여단장 D준장은 재임 당시부터 여러 차례 병사들의 복지와 직결되는 샤워실의 보수를 지시했다.

3여단 군수처는 2019년 11월 공군본부로 예산을 신청했고, 이를 배정받아 그 해 12월에 개선공사를 완료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예산은 '긴요예산'으로, 부대별 시설예산을 집행한 뒤 연말에 남게 되는 잔액을 긴급하게 필요한 부대에 재배정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감찰조사 결과 D준장은 최 상병의 부모를 만난 적도 없으며 통화를 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공군은 생활관 샤워실 보수가 최 상병 부모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3여단은 서울 금천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부대로 배속된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공군은 병 803기의 자대배치 결정 당시 상황을 들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공군에 따르면 최 상병은 803기에서 재정 특기를 받았고, 2019년 9월 자대가 결정될 당시 재정특기 병사의 충원율은 109%였다.

때문에 재정특기 병사들이 정해진 TO보다 더 많이 배치되는 일은 불가피했고, 공군본부의 병사 배속 담당부서는 부대별 수용 의사와 능력을 확인해 2019년 9월 4일 배속 대상 부대를 결정하게 됐다.

그런데 공군은 기초군사훈련이 끝난 뒤 특기교육의 최종 성적, 즉 시험 결과를 통해 병사들을 배치하게 된다. 이 최종 성적이 9월 16일에 발표됐기 때문에 최 상병을 특정 부대의 특정 부서로 배치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공군의 결론이다.

최 상병은 803기의 재정 특기병 5명 가운데 2등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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