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세훈 (前서울시장)
조금 전에 등장한 그 목소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입니다. 북한 이야기 또 통합당 이야기. 시간이 허락된다면 기본소득제에 대한 의견까지 오랜만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인터뷰 나눠보죠. 오 전 시장님, 안녕하세요.
◆ 오세훈>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오세훈> 제가 좀 여러 가지로 생각을 가다듬고, 또 직접 보셨던 것처럼 여러 가지 정책적 대안을 내느라고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장제원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미래혁신포럼, 여기에서 다음 달에 강연자로 나서신다면서요?
◆ 오세훈> 네.
◇ 김현정> 강연 제목이 ‘국민이 원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 연구를 해 보시니까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뭐던가요?
◆ 오세훈> 국민들이 지금 많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우시죠? 특히 4차 산업혁명 본격화 되면서 대량 일자리 상실의 시대가 예상이 되고 또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이게 가속화된다고 해서 다들 불안하신데요. 거기에 더해서 근저에는 성장의 과실, 효과가 계층적으로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 또 한국인 특유의 내 자산에 대한 과소, 너무 적다, 이렇게 생각하는 절대적 빈곤감.
이런 것들이 전부 어우러져서 굉장히 피곤한 사회가 됐습니다. 더군다나 성취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스스로 전부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어떻게 삶의 질을 높여드릴 수 있느냐,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 드릴 수 있느냐.
◇ 김현정> 거기서 답을 찾아야 된다라고 보셨군요.
◆ 오세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상대적 박탈감. 이야기가 나온 김에 통합당 얘기부터 갈게요. 통합당 비대위도 지금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거, 해답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게 아마 그 지점일 텐데 김종인 비대위, 잘하고 있습니까?
◆ 오세훈> 글쎄요. 저는 지금까지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고요. 어쨌든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안 됐는데 상당히 언론의 주목도도 높고 어제 나온 어떤 여론조사를 보니까 여론조사라고 다 믿을 건 아니지만 ‘중도층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아직 결실이 나오기에는 이릅니다마는 지금까지 이슈 메이킹에는 성공하고 있다, 이런 평가를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 그 정당의 목표는 뭐 당연히 정권 잡아서 소신을 펴는 거고 그런데 총선은 사실상 실패했고 이제 남은 건 대선인데 김종인 위원장이 그제 그러셨어요, “여야 막론하고 대선주자로 꼽을 만한 인물이 지금 한 명도 없다. 백종원 씨 같은 분 어떠냐?” 이렇게 언급을 해서 화제가 됐는데 그건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오세훈> 글쎄요. 하시는 말씀을 액면 그대로 볼 게 아니라 취지를 해석 해야 되는데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아, 그거 좋은 비유다, 좋은 생각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정도로 국민적 거부감이 없고 많은 분들과 스스럼없이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을 찾아야 된다 혹은 그런 인물이 되어라 하는 취지의 주문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그런데 백종원 씨는 좀 난데없이 소환이 돼서 당황하신 것 같더라고요.
◆ 오세훈> 당황하셨겠죠.
◇ 김현정> 그렇죠. 백종원 씨가 저희 뉴스쇼 나와서 인터뷰를 했을 때 제가 그 질문 드렸거든요. 그런데 정치에 1도 관심없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저는 진심으로 느껴졌어요.
◆ 오세훈> 네, 그렇군요.
◇ 김현정> 그래서 뭐 그 부분은 백종원 씨 뜻과는 상관없이 크게 비유였다는 거, 이걸 다시 한 번 강조를 하면서 그나저나 김종인 위원장 자꾸 대선 주자가 안 보인다 얘기를 하니까 기존의 잠룡들은 좀 서운하시죠?
◆ 오세훈> 아니, 글쎄요. 저는 굉장히 새겨듣고 있는데 분발하라,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정권 재탈환 불가능하다, 더 노력하라, 이런 메시지로 저는 해석하는데요?
◇ 김현정> 진짜 없어서 없다고 하는 게 아니라 분발의 의미로 해석하셨어요?
◆ 오세훈> 없을 리는 없죠. 언젠가는 선거를 치러야 하고. 아마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기는 사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는 것들을 종합해 보면 이러이러한 준비가 필요하다라는 말씀인 걸로 보여집니다.
◇ 김현정>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오세훈 전 시장 역시 잠룡 후보로 손꼽히지 않습니까?
◆ 오세훈>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고요.
◇ 김현정>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세요?
◆ 오세훈> 아니죠. 전혀 그렇지 않죠. 정말 각고의 피와 땀, 눈물이 바탕이 있어야 준비가 되는 건데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 김현정> 아직 멀었다라는 이야기는 준비를 해서 나오겠다는 의미로 봐도 됩니까?
◆ 오세훈> 왜 자꾸 그렇게 몰아가세요? 하여튼 누가 됐든간 이건 진심입니다. 정치인의 레토릭이 아니라 정권을 탈환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이지 누가 한다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고 너무 한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정말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서 함께 그 과제를 이뤄낸다, 그런 마음을 우리는 다 함께 공유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백종원 씨 얘기를 어제 김종인 위원장이 언급한 다음에 어떤 해석들이 정가에서 나왔냐면 ‘김종인 위원장 본인이 대선 후보로 나서고 싶어서 저러시는 거 아니냐?’라는 해석들이 실제로 나왔어요. 어떻게 보세요?
◆ 오세훈> 뭐 그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게 정치죠.
◇ 김현정> 너무 나이가 많이 드시지는 않았습니까?
◆ 오세훈> 연령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지금 저렇게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또 이슈 메이킹에 성공하는 걸 보면 충분한 자질은 갖추고 계신 분이고요.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서는 충분히 논의가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러니까 어제 그런 해석 나온 다음에 ‘그거 좀 무리한 해석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화낼 거다.’ 이런 얘기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보지 않으시는군요.
◆ 오세훈> 물론 확률적으로 보면 그렇죠. 그러나 모든 게 다 살아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정치인데 이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다음 이슈로 넘어가죠. 지금 남북관계, 아까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만큼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들어선 엄중한 상황인데 해법으로 핵무장론을 언급하셔서...
◆ 오세훈> 김현정 진행자께서도 또 핵무장론이라는 딱지를 붙이시네요.
◇ 김현정> 아닌가요? 말씀하신 발언 저희가 잠깐 들려드렸습니다마는 그것만 들어서는 ‘어? 오세훈 전 시장도 핵무장론 주장하시는 건가?’ 생각할 법한데요.
◆ 오세훈> 핵무장론이라고 하려면 아까 만지작만지작이라는 표현이 기억나실 텐데 왜 그런 표현을 썼을까요? ‘핵무장 카드론’이죠. 그러니까 쉽게 비유를 하자면 ‘이혼하자’하고 짐 싸들고 나가는 경우하고, 짐 싸놓고 ‘이런 거 이런 거 해결 안 되면 나 나갈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 김현정> 핵무장하자라는 건 진짜 무장하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핵 카드를 가지고 협상을 하자, 설득을 하자, 그런 말씀이세요?
◆ 오세훈> 그렇죠.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 자체적인 능력으로 핵을 직접 개발하는 방법이 있고. 그런데 그건 미국의 핵 도미노를 우려하는 입장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해요. 거의 없기는 해요. 그러나 우리가 이런 의지가 있다, 능력이 있다 하는 걸 대내외에 과시하는 게 하나.
그다음에 두 번째 옵션은 전술의 재배치. 세 번째 옵션은 나토식 핵공유 프로그램, 이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우리 사회가 격렬히 토론하고 논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중국을 굉장히 자극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북한을 움직이는 게 가장 유효적절한 카드다. 이게 제 주장의 요지인데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굉장히 감정적으로 저를, 이 안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분들은 사실 헛깨비 때려내기를 하는 거예요.
◇ 김현정> 헛깨비 때리기요?
◆ 오세훈> 저는 이 정치권에서 못된 습성이 헛깨비 때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주장하는 걸 올바르게 묘사해 놓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비판하기 좋은 형태로 가공을 해 놓고 공격함으로써 그 사람이 그 주장을 하는 사람으로 자꾸 만들어가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오세훈 전 시장님, 통합당 일각에서 실제로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 오세훈> 그런 분들도 있죠. 그러나 그분들과는 궤를 달리 하죠. 지금 미래통합당 내에 군 출신 모 의원님께서 주장하는 것도 확실히 제가 보기에도 핵개발이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죠. 핵무장론.
◆ 오세훈> 네. 그건 뭐 군 출신다운 발상이신데. 사실상 현실 정치 메커니즘으로 볼 때 아까도 잠깐 언급을 했습니다마는 우리가 핵을 개발하면 일본도 가만히 안 있을 거고 베트남도 들썩거릴 거고 그렇게 되면 아시아 전체가 핵 화약고가 되기 때문에. 미국이 절대 동의할 리가 없는 거예요.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대통령 되기 전에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을 동의했었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동의해 줄 수 있다고 했었어요. 또 전 국방장관 페리, 맥 레스터, 심지어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가끔 조언을 한다는 키신저 박사조차도 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 안 하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하면 한국도 당연히 하는 게 국제적인 질서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 김현정> 거기에는 일단 동의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이시죠?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 오세훈> 그렇죠. 핵을... 그렇게 말씀하시면 카드로 쓸 수가 없죠. 핵을 무장할 수도 있는 것처럼 있는 것처럼 해야 카드가 되는 건데.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이게 카드, 협상용 카드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카드는 날아간 거 아닙니까?
◆ 오세훈> 그래도 대국민 설득을 하고 홍보를 해야 되면 이렇게 정확히 설명을 드려야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한국말을 다른 나라에서 몰라야 될 텐데 이게 중국에서도 다 알아들을 텐데.
◆ 오세훈> 은근히 다 알아듣고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반응이 오고 있습니까?
◆ 오세훈> 제 일을 도왔던 참모 중에 하나가 깜짝 놀랐다는 거예요. 중국의 한국관계 전문 교수가 전화를 걸어와서 묻더라는 거예요. 이미 효과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당 쪽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 정부여당은 잘 활용을 해야지.
◇ 김현정> 활용을 해라, 이런 목소리도 있다는 거.
◆ 오세훈> 이렇게 비판 일변도로. 비판이 아니라 거의 비난인데요, 요즘에 감정적인 비난인데. 이건 참 지혜롭지 못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핵무장론이 아닌 핵무장 카드론이라는 거, 이걸 잘 활용하자는.
◆ 오세훈>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또 뭐 꼬리를 내린다, 누가 그렇게 비판을 해요. 그런데 작년에 나왔던 제 책 <미래>에 분명히 제가 밝혔었습니다. “나는 핵무장론자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외교적 해법이 있으니 북한의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 중국을 움직이는 게 가장 실효성 있는 그 방법은 아마 이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에 아예 우리는 자체 핵 개발 의지도 없고 전술핵 배치도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한마디로 말해서 차 떼고 포 떼고 장기 두기 시작한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핵무장론에 대해 반대 입장이셨던 걸 저도 예전에 기억이 나는데 왜 이런 얘기가 다시 나왔을까 궁금해서 그 부분 정확히 다시 확인을 했고요.
◆ 오세훈> 정치인들의 참으로 못된 습성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세훈 전 시장님. 사실 저희가 안심소득제 얘기를 들어가야 되는데 이 얘기가 길죠? 하실 말씀 많죠?
◆ 오세훈>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1~2분 안에 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오늘 여기까지 듣고 안심소득제 얘기를 따로 떼서 크게 토론을 하면 참여하시겠습니까?
◆ 오세훈> 얼마든지 좋습니다.
◇ 김현정> 괜찮으십니까? 좋습니다. 저희가 한번 기본소득제. 그중에서도 기본소득제냐 안심소득제냐 혹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냐 이 문제 가지고 토론으로 한번 모시도록 하죠.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오세훈>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