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투자로 포장했지만 불법 도박으로 판명난 사설 FX(Foreign Exchange)마진거래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BS노컷뉴스의 '유튜브 불법 사각지대' 기획 보도(6월 15~18일) 이후를 짚어봤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드래곤스타 회원들은 최근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드래곤스타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모임 단체 SNS방에는 이날 현재 755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드래곤스타를 이용했다는 A(40)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합법적인 재테크라는 유튜브 홍보 영상을 보고 시작했는데 수천만원을 날리고 찾지도 못하게 됐다"며 "피해자 중에는 자살까지 하려는 이들도 천지다. 제발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드래곤스타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용' 캐릭터를 거래하는 것으로, 6만원~240만원의 캐릭터를 일정 기간(4~7일) 보유한 뒤 다른 사람에게 팔면 12~18% 수익이 발생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래로 '폭탄 돌리기', '폰지 사기' 의혹이 일었다. 업체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겼다.
최근 드래곤스타 운영진은 서버 운영과 중단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회원들에게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먹튀' 준비를 한 것으로 피해자들은 보고 있다. 수십만원에서 수억원대 피해를 본 회원이 있어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산된다.
드래곤스타 '원조격'인 몽키레전드는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 19일 몽키레전드 회원 3명은 서울 수서경찰서에 사기, 유사수신 혐의로 몽키레전드 운영자를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라며 "고소장을 토대로 피해 내용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몽키레전드는 회원들끼리 원숭이 캐릭터를 사고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로, 드래곤스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최근에 거래 운영과 중단이 반복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드래곤스타와 몽키레전드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이를 모방해 빌딩, 동물, 유니콘 등의 캐릭터를 거래한 각종 변종 P2P 업체까지 도미노처럼 피해가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피해자연맹 이민석 고문 변호사는 "언젠가 반드시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 돌리기'였다"며 "합법적인 재테크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운영진들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설 FX 마진거래는 1분‧2분‧10분 이후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를 맞혀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실상 '홀짝 도박'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업체 중에 가장 규모가 큰 FXOO와 함께 유사 업체들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도박장개설죄 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중간단계를 지나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설 FX 마진거래 업체들은 수사를 감안해 '금 마진 거래' 등으로 종목을 옮겨 업체를 새롭게 차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튜브상에서 사설 FX 마진거래를 홍보하던 유튜버들은 금 마진 거래를 홍보하는 중이다.
퍼지는 신종 불법 도박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신종(31)의 범행 배경에는 사설 FX 마진거래에 따른 빚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