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양주시 간부들, 3급 '채용비리'…녹취록 확보

면접관인 감사관, 채용공고 전 이력서 받고 수시로 전화
전 비서실장, 지원자 없어 재공고 우려되자 들러리 세우도록

2019년도 남양주도시공사 경력직원 공개채용 공고. (사진=남양주도시공사 홈페이지 캡처)
경기 남양주시 감사관과 전 비서실장이 지난해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남양주시 A 감사관은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공고 14일 전인 지난해 4월 3일부터 원서접수 기간인 4월 25일까지 6차례에 걸쳐 B 씨와 수시로 통화했다.

A 감사관은 4월 3일 B 씨에게 "자격요건을 따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경력 기간을 정확히 알려고 전화드렸다"라며 "전에 내주신 resume(이력서)를 가지고 있어서 쭉 봤는데요. 여쭤보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6분 37초 동안 B 씨의 관련 경력을 하나하나 질문하며 확인했다.

A 감사관은 4월 12일 채용공고가 이틀 뒤로 미뤄지자 B 씨에게 전화해 "행정적인 거 진행하는 게 있어서 이틀 정도 늦어진대요"라며 "월요일에 다시 알려드릴 테니 잘 준비했다가 잘 제출하시고 정확하게 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4일 뒤에도 전화한 A 감사관은 "내일 공고를 한대요. 보시고 잘 작성해서 절차를 진행시켜 주시면 되겠다. 다음 일정은 그 이후 비슷하게 그 일정대로 가는 겁니다"라면서 "잘 작성하세요. 최대한 풍부하게"라고 조언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A 감사관은 4월 18일 채용공고를 봤는지 확인하며 B 씨와 접수일정까지 조율했다.


B 씨는 "서류는 예전에 감사관님이 알려주셔서 미리 준비한 게 있었다"라며 "거의 뭐 사실 다 작성을 했는데 오늘 제출하면 너무 일찍인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A 감사관은 B 씨의 말에 동의하며 "느낌이 그러니 다음 주 초 정도가 좋지 않을까"라며 "다음 주 월화 좀 지나서 그렇게 하시고 충실하게 해서 그대로 진행하시면 되겠다"라고 했다.

A 감사관은 4월 25일에도 B 씨에게 전화해 원서접수 여부와 접수한 날짜까지 확인했다.

특히, A 감사관은 5월 8일 열린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면접시험에서 면접관 3명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면접관이 채용공고도 전에 일정을 수시로 알려주고 이력서까지 미리 받아본 것이다.

◇ 전 비서실장, 지원자 없어 재공고 우려되자 들러리 세우도록

조광한 남양주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당시 C 비서실장은 원서접수 기간에 지원자가 없어 재공고가 우려되자 B 씨에게 일명 '들러리'를 세우게 시켰다.

C 비서실장은 원서접수 마감 4일 전인 4월 25일 B 씨에게 전화해 "저기 월요일까지 마감이잖아요. 감사. 그날 등록하시는데 현재까지는 등록된 사람이 하나도 없대요. 혼자 하게 되면 재공고해서 시간이 또 걸린다. 누가 아는 분 있으면 가서 신청을 좀 하게 해서 두 사람 이상은 돼야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빨리 임용을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둘이 하는 거로"라고 말했다.

남양주시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B 씨는 지난해 5월 9일 남양주도시공사에서 신설한 일반직 3급 상당인 감사실장직에 최종 합격했다.

앞서 A 감사관은 B 씨가 최근 직접 제기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실력 있는 분이 와야 하니까 여러 명에게 추천만 했지 일정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진 않았다"라면서도 "하늘에 맹세코 면접은 공정하게 제대로 진행했다"라고 해명했다.

올해 초 국장으로 승진한 C 전 비서실장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적은 없었겠죠"라며 "B 씨가 감사실장으로 오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고 만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이 부인한 채용 비리는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녹취록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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