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 뿐 아니라 동맹인 한국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냉소적이거나 심지어 부정적 평가와 인식을 숨기지 않아 한미관계에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볼턴의 회고는 주관적 경험담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집념과 악전고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3자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려는 것을 볼턴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들이 집요하게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에 자신도 동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합의한 것은 북미 양자 회동"이라면서 1차 제동을 걸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영토(판문점 남측지역)에 들어올 때 내가 현장에 없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도 거부 입장이라며 거듭 반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에서 배웅한 뒤 한국을 떠나기 전 오산에서 만나자"고 역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일단 판문점 부근 오울렛 초소까지 동행한 뒤에 결정하자는 절충안을 내놨고 결국 짧지만 판문점 3자 대면은 그렇게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그 1년 전인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도 회담 합류를 강하게 시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 다음날인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열고 곧바로 후속 남북미 3자회담을 갖자"고 요청했다. 볼턴은 이를 문 대통령이 "사진 촬영에 끼어들려고 한 것"이라 비평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회담장이 싱가포르로 결정되자 문 대통령은 다음 달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동참을 재차 요청했고, 심지어 6월 11일 회담 전날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볼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2018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전한 과정에 대해서도 일종의 속임수가 있는 것처럼 기술했다.
그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fandango)은 한국의 창조물"이라며 "자신들의 통일 어젠다와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갈등과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민감한 주제에 답하는 과정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향한 고뇌가 묻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일갈등 현안에 대해 물었고 문 대통령이 "이따금 일본이 역사를 쟁점화한다"고 답변하자 이번에는 북한과 전쟁시 일본의 참전을 허용할 것인지 두 차례 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 이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과 일본은 하나가 돼 싸우겠지만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들어오지 않는 한에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