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임상위 "입·퇴원 기준 유지시 병상부족 피할 수 없다"

중앙임상위, 고위험·중증 중심 병상운영 권고
저위험군, 집이나 생활치료센터 격리 가능
코로나19의 최고 위험요인은 '연령'
확진 뒤 수 일 지나면 전염력 매우 낮아져
24시간 2회 연속 음성 기준은 과도해
덱사메타손 치료 신중해야…렘데시비르 중증에게만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환자 주치의 등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현재의 병상 입원·퇴원 기준을 유지할 경우 대구·경북 유행 당시의 병상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기준을 바꿔야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임상위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격리를 이유로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으며, 이런 상황에서 입원치료가 필수적인 고위험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의료시스템 붕괴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임상위가 수집한 코로나19 환자 3060명의 임상데이터 중 18세 이상의 성인이면서 4주간 임상경과가 확인된 1309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저위험도 환자의 입원, 퇴원 기준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입원 일수를 50%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경증 환자의 경우 21일, 중증 이상의 환자는 한달가량 입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위험도 환자의 입원은 어렵게 퇴원은 쉽게 만들면 병상 부족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임상위는 "방역의 격리해제 기준을 만족하지 않더라도 의학적으로 퇴원이 가능하면 자가 격리 또는 생활치료센터 전원을 적극 고려해야 하며, 퇴원 이후 확진자 관리를 위해 방역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 센터장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침개정 및 권고사항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선 중앙임상위는 입원 당시부터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집에서 격리하거나 생활치료시설로 전원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는 병상에 여유가 있어 모든 환자를 전담병상에 격리해 치료하는 체계가 운영 중이지만,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상정해 고위험군에 의료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임상위는 "증상 발생 후 7일 이내의 50세 미만 성인으로 확진 당시 호흡곤란이 없고 고혈압, 당뇨, 만성폐질환, 만성 신질환, 치매 등 기저질환이 없으며 의식이 명료한 환자는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등증 또는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1.8%(10/556)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환자 중 의료인의 진단에 의해 환자의 호흡수가 22회 미만이고 수축기 혈압이 100mmHg 이상인 환자가 산소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0.12%(1/778)였다"며 "호흡곤란 등 악화 상황이 발생할 때 신고해 줄 보호자가 있다면 입원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고 재택 격리가 가능하며 만일 적절한 보호자가 없다면 생활치료센터로 전원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중앙임상위는 이러한 저위험군을 입원시키지 않는다면 최대 59.3%(777/1309)의 추가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또 중앙임상위는 그간 확진자들의 임상경과와 치료결과를 분석한 결과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환자로 악화할 확률이 10%를 넘는 환자는 △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 △Quick SOFA(qSOFA) 1점 이상, △당뇨, 만성 신질환, 치매의 기저질환자, △65세 이상 고령자라고 전했다.

이러한 고위험군이 우선 입원 대상이라는 것이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앙임상위는 고위험군 및 저위험군의 임상근거를 중심으로 퇴원 기준도 바꿔야한다고 제언했다.

그간의 임상경과를 살펴볼 때 코로나19 악화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연령으로 드러났다. 40세 미만의 성인을 기준집단으로 설정했을 때, 산소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50대에서 11배, 60대는 20배, 70세 이상은 106배로 급증했다.

반대로 50세 미만 성인 입원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까지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이 유지됐다면, 이후 산소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는 0.2%(2/813)에 불과했다.

또 50세 미만 환자가 산소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지 3일 이상이 지난 경우, 다시 산소치료 등 중증으로 진행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중앙임상위는 "50세 미만이면서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이거나 산소치료 중단 뒤 3일 이상 지난 경우, 바로 퇴원하거나 생활치료센터로 전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앙임상위는 격리해제 기준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들은 "코로나19는 발병 직전 또는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이 많으며, 발병 초기 수일이 지나면 전염력이 없거나 매우 낮아지므로 메르스(MERS)처럼 장기간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메르스의 경우 발병 2주차에 전염력이 가장 높았지만 코로나19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는 증식력을 잃거나 불활성화된 바이러스, 파괴된 바이러스의 조각만 있어도 PCR 양성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PCR 음성을 격리 해제 기준으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나 격리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을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격리해제는 발병 또는 확진 이후 7일째 임상증상이 호전되고(임상기준), PCR 검사가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연속 2회 음성(검사기준)이 나타날 경우 이뤄진다.

하지만, 중앙임상위는 PCR검사 24시간 간격 연속 2회 음성이라는 기준이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도 발병 10일 이상 경과 및 이후 3일 이상 증상이 없으면 격리해제가 가능하다고 지침을 밝힌 바 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임상위는 "국내 환자들이 그동안 평균 4주 가까이 격리된 점을 감안할 때, 격리 해제 기준을 완화하는 것만으로 입원 기간을 1/3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임상위는 코로나19 치료제 합의안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더 이상 치료에 권고하지 않고,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는 효과가 없거나 미약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약물의 사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신중하게 투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렘데시비르 치료를 권고하지만, 5일 투여가 원칙이며, 필요에 따라 10일로 연장하도록 했다.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의 경우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출간되는 등 자세한 내용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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