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김 이사장이 재심 청구 기각에 불복해 낸 즉시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김 이사장은 1979년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이던 시절 'YH무역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의 백서를 발간했다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김 이사장에 대한 선고를 1주일 앞두고 그해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면서 법원은 김 이사장에게 면소 판결을 선고했다. 면소란 법령 폐지나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사건을 진행할 실질적인 이유가 없어졌을 때 법원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판결이다.
형사소송법은 '유죄를 확정받은 판결'에 대해서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심 법원은 김 이사장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무효"라며 "긴급조치 제9호로 기소된 김 이사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어야 함에도 면소를 선고한 판결에는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외적으로 재심 대상의 범위를 넓히는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재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1979년 사건보다 앞선 1976년에도 김지하 시인의 시를 배포했다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재심을 거쳐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