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은 19일 경북 김천시 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전국종별테니스대회 18세부 여자 단식에서 동갑내기 권지민(중앙여고)을 2 대 1(1-6 6-2 7-5)로 제압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2시간 50분이 넘는 접전 끝에 거둔 우승이었다.
이날 정보영은 권지민의 끈질긴 수비에 고전했다. 권지민은 파워에서는 뒤지지만 공을 높게 띄우는 로브 등으로 정보영을 괴롭혔다. 정보영은 첫 세트를 1 대 6으로 무기력하게 내줬다.
하지만 정보영은 특유의 힘이 넘치는 스트로크로 전세를 만회했다. 2세트를 6 대 2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3세트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진 끝에 게임 스코어 5 대 5에서 정보영이 서비스 게임을 지켜 승기를 잡았고, 힘이 빠진 권지민이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우승자가 결정됐다.
정보영이 거둔 2년 만의 국내 대회 우승이다. 정보영은 지난해 국제테니스연맹(ITF) 18세 이하 투어링팀 선발 등 최근 2년 동안 주로 해외 무대에서 뛰느라 국내 대회는 거의 나서지 못했다.
우승 뒤 정보영은 "해외에서 뛰느라 국내 랭킹 포인트가 없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만만치 않은 선수들과 처음부터 맞붙어 쉽지 않았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이어 "ITF 주니어 대회 하위 등급에서는 우승을 해봤지만 1등급으로 올라선 뒤에는 4강도 가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니에 이어 굵직한 대회를 제패한 데 대한 감회도 남달랐다. 정보영은 "언니와 거의 매일 연락하는데 오늘 경기 전에도 조언을 해줬다"면서 "언니가 우승한 대회에서 나도 정상에 올라 더 기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보영은 언니에 이어 라켓 스포츠 명문 NH농협은행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미 정영원이 테니스팀에서 뛰고 있는 상황에서 NH농협은행이 정보영의 가능성을 인정해 지난해 2월 3년 동안 9000만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선수 출신인 어머니(손영자 씨)의 피를 자매가 모두 이어받은 셈이다.
정보영은 "언니와 대결하면 누가 이기나"라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맞붙고 싶지 않다"며 짐짓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내가 언니보다 잘 하지 않을까"라며 까르르 웃었다. 박 단장이 말한 승부욕이 느껴지는 대목.
당분간 정보영은 국내 대회에 매진한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기 때문. 정보영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나서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면서 "나중에 투어가 재개되면 또 열심히 경기하고, 꼭 주니어 그랜드슬램에 출전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전국종별대회는 코로나19로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치러진 첫 국내 대회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들을 위해 18세부가 먼저 열렸다.
19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제41회 회장기전국남여중고등학교테니스대회가 8일 동안 펼쳐진다. 협회 노영수 사무처장은 "무관중과 발열 반응 체크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해 전국종별대회를 치렀다"면서 "회장기 대회도 철저한 방역 속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