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니스 최초 자매 우승 "제가 언니보다 잘할 걸요?"

유망주 정보영, 8년 전 언니 정영원 이어 전국종별대회 정상

여자 테니스 유망주 정보영이 19일 전국종별대회 18세부 여자 단식 결승에서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김천=테니스피플 황서진 기자)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자매가 동일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록이 수립됐다. 유망주 정보영(17·안동여고)이 언니인 정영원(24·NH농협은행)에 이어 8년 만에 전국종별테니스대회를 제패했다.

정보영은 19일 경북 김천시 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전국종별테니스대회 18세부 여자 단식에서 동갑내기 권지민(중앙여고)을 2 대 1(1-6 6-2 7-5)로 제압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2시간 50분이 넘는 접전 끝에 거둔 우승이었다.

이날 정보영은 권지민의 끈질긴 수비에 고전했다. 권지민은 파워에서는 뒤지지만 공을 높게 띄우는 로브 등으로 정보영을 괴롭혔다. 정보영은 첫 세트를 1 대 6으로 무기력하게 내줬다.

하지만 정보영은 특유의 힘이 넘치는 스트로크로 전세를 만회했다. 2세트를 6 대 2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3세트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진 끝에 게임 스코어 5 대 5에서 정보영이 서비스 게임을 지켜 승기를 잡았고, 힘이 빠진 권지민이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우승자가 결정됐다.

정보영이 거둔 2년 만의 국내 대회 우승이다. 정보영은 지난해 국제테니스연맹(ITF) 18세 이하 투어링팀 선발 등 최근 2년 동안 주로 해외 무대에서 뛰느라 국내 대회는 거의 나서지 못했다.


정보영의 언니 정영원은 2012년 전국종별대회 18세부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현재는 NH농협은행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다.(사진=한국실업테니스연맹)
특히 언니에 이어 전국종별대회 정상에 올랐다. 정영원은 2012년 대회 18세 이하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대한테니스협회에 따르면 자매가 동일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우승 뒤 정보영은 "해외에서 뛰느라 국내 랭킹 포인트가 없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만만치 않은 선수들과 처음부터 맞붙어 쉽지 않았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이어 "ITF 주니어 대회 하위 등급에서는 우승을 해봤지만 1등급으로 올라선 뒤에는 4강도 가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니에 이어 굵직한 대회를 제패한 데 대한 감회도 남달랐다. 정보영은 "언니와 거의 매일 연락하는데 오늘 경기 전에도 조언을 해줬다"면서 "언니가 우승한 대회에서 나도 정상에 올라 더 기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보영은 언니에 이어 라켓 스포츠 명문 NH농협은행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미 정영원이 테니스팀에서 뛰고 있는 상황에서 NH농협은행이 정보영의 가능성을 인정해 지난해 2월 3년 동안 9000만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선수 출신인 어머니(손영자 씨)의 피를 자매가 모두 이어받은 셈이다.

정보영이 19일 전국종별대회 18세부 여자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뒤 스코어 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천=테니스피플 황서진 기자)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기도 한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박용국 단장은 "언니가 차분한 성격이라면 정보영은 활달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영은 170cm가 넘는 키에 힘까지 갖춰 국내 여자 선수 중에 보기 드문 파워 테니스를 구사할 조건이 마련됐다"면서 "승부욕까지 강한 만큼 스피드만 더 갖춘다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영은 "언니와 대결하면 누가 이기나"라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맞붙고 싶지 않다"며 짐짓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내가 언니보다 잘 하지 않을까"라며 까르르 웃었다. 박 단장이 말한 승부욕이 느껴지는 대목.

당분간 정보영은 국내 대회에 매진한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기 때문. 정보영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나서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면서 "나중에 투어가 재개되면 또 열심히 경기하고, 꼭 주니어 그랜드슬램에 출전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19일 전국종별대회 18세부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전날 복식까지 2관왕에 오른 심우혁.(김천=테니스피플 황서진 기자)
남자 단식에서는 심우혁(양구고)이 장윤석(천안MTC아카데미)을 2 대 0(6-2 6-3)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6세부를 제패한 심우혁은 전날 복식에서도 같은 학교 윤현덕과 우승을 합작하며 2관왕에 올랐다.

전국종별대회는 코로나19로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치러진 첫 국내 대회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들을 위해 18세부가 먼저 열렸다.

19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제41회 회장기전국남여중고등학교테니스대회가 8일 동안 펼쳐진다. 협회 노영수 사무처장은 "무관중과 발열 반응 체크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해 전국종별대회를 치렀다"면서 "회장기 대회도 철저한 방역 속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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