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헤어져 무연고 생활을 해온 지적장애 70대 남성이 3천명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며 실종자 찾기에 나선 부산의 한 경찰 도움으로 40년 만에 가족품에 돌아가게 됐다.
18일 부산경찰에 따르면, 지난 1980년 1월 부산 남구에 살던 신가네 8남매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가난함에 힘들어,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넷째 A(72)씨를 어쩔 수 없이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복지기관에 맡겼다.
이어 이들 신가네 남매는 일자리를 구하러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금방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가네 남매는 열심히 일했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그 사이 A씨의 큰 형 등 형제 2명은 세상을 먼저 떠났다.
그러던 지난 2018년 5월, A씨 큰 형의 딸이(40대) 대전 유성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고, "40년 전 헤어진 아버지의 동생을 찾아달라"며 실종신고를 했다.
사건은 처음 실종지역인 부산 남부경찰서로 이첩됐다.
남부서 실종팀에서는 실종자의 소재를 찾기 위해 수개월 동안 추적을 했지만, A씨가 머문 복지기관 등의 전산 자료가 잘못 입력돼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장기실종 사건으로 남기게 됐다.
시간이 흘러 지난 1월, 1년 이상 장기실종사건을 이관받은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장기실종담당 서인호 경사가 가족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실종자 수사에 나섰다.
서 경사는 A씨에 대한 각종 전산조회와 통신수사 등을 펼쳤지만, 소재 파악이 쉽지 않았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서 경사는 애타게 찾는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A씨와 비슷한 연배의 보호신고자, 행려환자 등 무연고 3천여명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실종자와 비슷한 사진을 발견한 서 경사는 곧바로 A씨를 보호 중인 동래 모병원에 연락을 했고, 최근 사진을 받아 조심스럽게 가족들에게 건넸다.
마침내 신가네 조카들로부터 "실종된 큰 아빠와 비슷한 것 같아요"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그동안 복지관과 병원 등을 옮겨다니면서 행려환자로 분류됐고, 그동안 기록이 전산상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아, 경찰이 소재파악이 어려움을 겪었다.
드디어 지난 11일 동일 가족이라는 DNA일치 통보를 받았다.
40년 동안 애타게 찾아온 가족들에게 A씨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자, 전국에 흩어진 가족들이 한걸음에 부산으로 달려왔다.
병원 면회실에서 A씨의 누나, 남동생, 여동생은 꿈에 그리던 A씨와 상봉했다.
이때도 서 경사는 황급히 만나러 온다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지원받은 케잌, 꽃다발을 가족들에게 조용히 전하고 물러났다.
가족들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A씨에게 옛날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소통이 안될 때면 글을 써가면서 실종자의 기억을 되살렸다.
소중한 가족을 찾게 된 신가네 가족들은 A씨와 서 경사에게 "살아있어 줘서 고맙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동생이 죽었는지 알고 가묘 까지 만들어 놓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 경사는 "40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코로나19로 병원 면회실에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주 안타까웠다"면서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고, A씨가 앞으로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가족들이 많이 거주 하는 서울로 보내드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