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정기섭 위원장이 17일 북한의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뒤 한 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근본원인은 '미국'에게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개성공단을 재개하라고 요구해 왔지만 미국의 반대 속에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해 결국 북한의 '돌변'을 가져오고 말았다는게 정 위원장의 생각이다.
"재작년 10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공단을 방문하는 것을 북한과 합의까지 했는데 갑자기 11월 한미워킹그룹이 생기면서 일이 모두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정 위원장의 말대로 한미워킹그룹 구성 이후 남북협력 사업은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공단 방문을 위한 방북신청도 2019년에는 5번이나 거부당한 뒤 5월에서야 나올 수 있었다.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사업도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들여다 보면서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개성공단 기업인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을 지켜봤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창작과비평' 여름호 인터뷰에서 "미국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케이' 하기 전까지는 '올스톱'하라는 압박을 가했다"고 털어놨다.
남북관계 전문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역시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에서 "남북 간 여러 합의 사항이 있었지만, 그런 조치들이 한미워킹그룹에 다 막혀있다. '옥상옥'으로 돼 있는 워킹그룹 구조 문제를 정리할 때"라고 말했다.
민중당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과거로 회귀냐, 새 길로 개척이냐. 정부의 선택에 한반도 운명이 달려있다. 북에 대한 강경 대응이 아니라 한미워킹그룹부터 박차고 나와서 '이제부터 진짜 우리 민족끼리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같은 날 한미워킹그룹 대신 남북워킹그룹을 설치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