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북정책의 원칙과 중심은 지키겠다는 각오지만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는 여론과 야권의 비판은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선언 비준은 일단 정부에서 제출돼야 한다"며 "정부 측에서 적절한 제출 시기나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차질 없이 추진해나간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던 이날 오전 브리핑 발언과 결이 달라진, 한발 물러선 반응이다. 그사이 전해진 "현 상황에서 비준은 무리"라는 청와대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송 대변인은 "톤 다운(tone down)' 된 느낌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보기에도 한가한 사람처럼 느끼지 않겠냐. 우리한테 모인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이상민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평화가 깨지고 초긴장 상태로 들어선 이상 남북 신뢰를 다시 구축하는 게 먼저"라며 "비준 동의안은 추후 상황이 됐을 때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민주당 의원 대부분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173명이 결의안을 공동발의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이상민 의원도 "뒤로 미뤄야 할 일"이라며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특히 이번 도발의 구실이 된 '합의 준수'를 우리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당 내에 적잖다.
종전선언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김경협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의 상투적 수법에 휘둘릴 필요 없다"면서 "강하게 경고할 건 하되 우리도 이행할 건 하고 저쪽에도 합의를 준수하라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종전선언이 분위기 전환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이 있는 올 연말까지는 대치 국면이 계속될 텐데 현재의 관리체계를 유지할 유일한 카드가 종전선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을 향한 야당의 공세 수위도 한층 올라가는 모습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외교안보특위 2차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문제가 다 허구였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권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굴하고 굴종적인 저자세, 대북유화책의 결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임위원회 직권배치에 반발해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통합당에,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과제도 놓여있다. 당장은 "국회로 돌아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묘안을 제시하라(박성준 원내대변인)"라고 제안한 상황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악화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 타개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