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마구리는 나방의 유충으로 산에서 번데기의 형태로 한겨울을 나는 누에나방의 일종이다. 심하게 말해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 자가 덤빈다'라는 말이다.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고 있는데 따른 불만으로 해석된다. 대북전단 트집은 지엽적인 이유로 보인다.
그렇다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셈이다. 북한 지도부가 미국에 대한 불만을 같은 동포인 남한 쪽에 터트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잇따른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정상회담 중재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국제적인 여건과 상황이 문재인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요인들이 많았다. 북한 정권도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다.
북한 측은 개성공단과 금강산에도 군사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국정원 출신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심지어 대화로 해결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특사 파견 의지도 망설임없이 공개해버리는 무례를 저지렀다. 사실상 9.19 군사합의는 파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한국과 미군의 전력은 북한 군사력을 능가한다. 김정은 유고설이 나돌 때처럼 미군 정찰기가 수시로 북한 땅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살피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반도가 70년 전 6월처럼 다시 전쟁터가 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오판은 북한정권 뿐 아니라 민족 전체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자주적인 외교와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슬픈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팔마구리가 유충으로 자라고 나방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남북한 만이라도 서로 신뢰하며 대화하는 길 외에는 갈 길이 없다.
북한 지도부가 정녕 남한을 동포로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도발은 멈춰야할 것이다. 괜히 팔마구리 마냥 덤비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