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남성 아나운서는 줄곧 정규직으로, 여성 아나운서는 계약직·프리랜서 등으로 채용한 A방송에 대해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진정을 제기한 여성 아나운서 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인권위 진정 이후 이들의 방송과 보수를 축소한 사측의 행태가 '불이익한 처우'라는 판단 아래 위로금 500만원을 각각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A방송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여성 아나운서들은 방송 진행 등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본질상 동일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임금, 연차휴가, 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아나운서들처럼 프로그램별로 계약을 맺지 않고, 비슷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배정받아온 이들은 이같은 사측의 대우가 '성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여성 아나운서들의 주장은 상당수 근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방송이 1990년대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한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다. 반면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채용된 계약직 아나운서 15명, 프리랜서 아나운서 5명은 전원 여성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A방송이 제출한 16개 지역 계열사의 아나운서 고용현황에 따르면, 남성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인원이 87.8%(36명)에 달했지만 여성은 언제든 계약해지에 따라 해고될 수 있는 계약직·프리랜서에 종사하는 비율이 61.1%(22명)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A방송은 "공교로운 결과로 성차별의 의도는 없었다"며 "실제 모집요강 등의 절차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로 (대상을) 제한한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나운서를 포함해 모든 직종에서 사전에 남녀를 구분해 채용하지 않았고, 남성 아나운서도 실력으로 최종합격한 것이지 남성이기 때문에 합격된 것은 아니다"라며 "A방송의 공정한 채용시스템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여성 아나운서들의 업무내용과 수행방식이 사실상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큰 차이가 없고, 이들을 굳이 프리랜서로 특정해 채용할 만한 합리적 사유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여성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고용형태를 전환한 것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라며 "여성 아나운서들을 원하는 기간 사용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단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환경을 유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방송은 본사를 포함해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 채용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방송국들과 협의하는 등 성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