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지난 9일 해외 도박 관련 징계를 마치고 1군에 등록했다. 2016시즌 뒤 마카오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오승환은 KBO에 복귀할 경우 정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해외 생활을 접고 삼성에 복귀한 오승환은 두 시즌에 걸쳐 징계를 마쳤다.
앞서 오승환은 3번 불펜으로 등판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140km 후반의 공을 뿌리긴 했지만 7년 만의 KBO 리그라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3이닝을 던진 오승환은 삼진 2개를 잡아냈지만 3피안타 3볼넷으로 2실점했다.
허 감독은 오승환의 마무리 보직 변경 가능성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전제 조건이 있었다. 허 감독은 "내가 알고 있는 오승환의 장점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적인 문제인데 공을 놓는 타이밍이 빨라졌다"면서 "이걸 조금만 길게 간다면 공이 내려 찍히는 게 생기고 좋은 공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4개의 피안타 중 2루타, 3루타 등 장타가 2개였다. 아직 예전의 묵직한 돌직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오승환이 마무리로 등판할 무대가 갑작스럽게 마련됐다. 이날 삼성은 0 대 3으로 끌려가다 6회 이학주의 1타점, 대타 김지찬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8회는 이원석의 2루타, 이성규의 희생타를 묶어 4 대 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삼성은 선발 백정현에 이어 필승조를 투입했다. 이승현-임현준으로 6회를 막았고, 7회는 최지광이 투입됐다. 8회는 현재 마무리 우규민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 사이 오승환이 불펜에서 몸을 풀며 역사적인 등판을 준비했다.
오승환은 한국과 미국, 일본 무대를 통산 399세이브를 올렸다. 2005년 삼성에서 KBO 리그에 데뷔한 오승환은 2013년까지 통산 444경기 28승 13패 277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일본 한신에서는 2시즌 4승 7패 8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성적을 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16승 13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400세이브에 단 1개만을 남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어려운 승부가 이어졌다. 4번 호세 페르난데스를 맞아 오승환은 역시 묵직한 속구로 파울, 스트라이크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갔다. 볼 2개를 빼며 숨을 고른 오승환은 이후 파울 5개 등 팽팽한 풀 카운트 승부를 이어갔지만 볼넷을 내줬다. 다소 흔들린 오승환은 김재호와도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해 2사 1, 2루에 몰렸다.
후속 타자는 4년차 백업 내야수 이유찬. 오승환을 맞아 이유찬도 파울을 잇따라 걷어내며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백전노장 오승환은 힘으로 이유찬을 눌렀다. 시속 145km 속구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경기를 끝냈다. 7년 만에 마무리로 귀환한 끝판 대장의 대기록 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