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 감독만의 '국도극장', 그곳에 걸린 영화들

[노컷 인터뷰-부록] 전지희 감독이 추천하는 영화 세 편

(사진=명필름 제공)
영화 '국도극장'이 나오기까지 전지희 감독은 영화와는 다소 먼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지만, 어떻게 기회가 닿을지 몰랐다. 영화를 안 해도 살 수 있을 거라는 명분을 찾아 헤맸다. 전 감독은 "영화가 뭐지? 왜 만들어야 하지? 이런 근본적인 질문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질문을 거듭하다 기회를 만났고, 결국 영화로 왔다. 그는 "웃기게 또 이렇게, 여기에 발 들여놓게 되더라"며 웃었다. "인생이 새옹지마"라는 전 감독의 첫 작품 '국도극장'을 통해 관객들이 새옹지마 같은 인생, 그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길 원했다.


길고 긴 질문 끝에 영화에 발을 들인 전 감독의 '국도극장' 속 극장 간판에는 몇 편의 영화가 걸린다. '흐르는 강물처럼'(감독 로버트 레드포드·1992)으로 시작해서 '첨밀밀'(감독 진가신·1996), '박하사탕'(감독 이창동·1999),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2001)를 거쳐 마지막 '영웅본색'(감독 오우삼·1986)에 이른다.

그렇다면 과연 전 감독만의 국도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면, 어떤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지 물어봤다.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87)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이란 영화의 대가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해외에 알린 작품이다.

영화는 이란의 북부 지방, 작은 마을 코케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마드(바하크 아마드 푸)가 실수로 가져온 짝꿍 네마자데(아마드 아마드 푸)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몰래 집을 빠져나와 포시테 마을로 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제가 이때까지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엔딩인 거 같아요. 너무 무심하게 딱 끝나는데 그 여운과 울컥함, 그리고 '그래, 사는 게 뭐 있나. 저렇게 사는 거지' 이런 걸 전해줘요. 정말 영화는 아무 이야기도 없이 잔잔해요. 공책 갖다주고, 못 갖다주고, 그게 다죠. 그런데 그 아름다운 엔딩이 아직도 충격적이에요." _전지희 감독

◇ '남과 여'(감독 끌로드 를르슈, 1966)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영화 '남과 여'는 아이들의 기숙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두 편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여자가 죽은 남편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결국 재회한다. 아누크 에메, 장 루이스 트레티냥이 사랑에 빠지는 남과 여를 맡아 열연했으며, 프랑스의 아코디언 연주가 겸 작곡가 프랑시스 레의 음악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감각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남과 여'예요. 그 영화의 미학을 따라잡을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연출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촬영, 음악, 미술 등 모든 것에서 끌로드 를르슈만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분만의 미학이 있는데, 가장 매력적인 게 '남과 여'라고 생각해요."_전지희 감독

◇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 1998)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한석규).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삶과 죽음, 사랑을 잔잔하면서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냈다. 역대 한국 멜로영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제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참 좋아해요. 저는 전혀 감독님의 발꿈치도 못 따라가겠지만, 많은 분이 '국도극장'을 보면서 그 정서가 느껴진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들이 흘러나오는 거 같아요."_전지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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