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통합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들어갔다. 손에 작은 수첩이 들려있었지만, 그는 연단에 있던 물 한 잔을 마신 뒤 원고 없이 의사진행발언을 시작했다.
주 원내대표는 발언을 이어가다 "제가 다듬어서 하는 말은 이런 겁니다. 부디 각성하고, 나중에 세월이 지나 여러분이 잘 되면 모르겠지만, 크게 잘못됐을 때 그 출발점은 오늘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후 몇 초간 호흡을 가다듬더니 "이제 한국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 않느냐. 저희들도 발목잡지 않겠다. 18개 (상임위원장) 다 내놓겠다"고 했다. 이어 "(통합당 몫으로) 7개 배정했다고 하지만 받을 것 같냐. 21대 국회를 망치는 것이고 남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2년 동안 한국정치를 황폐화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본회의를 "오늘은 '국회가 없어진 날'이자 '1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다"라고 표현했다.
주 원내대표는 "승자의 저주, 권력의 저주를 부디 잊지 마시기 바란다"며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본회의장에 자리한 의원들은 주 의원의 발언을 경청했지만, 그가 퇴장할 때까지 침묵했다.
앞서 지난 5일 박병석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주 원내대표는 원고 없이 본회의 단상에 올라 "매우 참담한 심정이고, 오늘은 본회의가 성립할 수 없는 날"이라고 했다. 이 때도 본회의장에는 통합당 의원들이 잠시 착석한 뒤 항의 퇴장하고 표결이 진행됐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사진행발언 뒤 통합당 의원들이 모여있던 총회 장소로 가 사의를 표명한 뒤 자리를 떠났다. 많은 의원들은 그의 사퇴를 만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