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15일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관 개정안은 출석 주주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가능한 주식 수는 기존 8억 주에서 13억 주로 확대됐다. CB 발행 한도 역시 기존 7천억 원에서 1조 6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 1분기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지난 32년간 아시아나항공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남은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주와 회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채권단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채권단에서 1조 7천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는데, 이 중 5천억 원을 영구 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지원받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5천억원 규모로 영구 CB를 채권단에 발행했기 때문에, 정관을 변경해 한도를 늘려야 지원이 원활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1억 주에서 2억 주로 늘리고, 전환사채 발행에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이, 주총 확대 등 재무구조 개선에도 나섰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매각이 순조로워질지 주목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앞서 지난 9일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 등을 지목하며 인수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채권단에서는 현산 측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라며 공을 넘기는 등 양측이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3조 2040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6280%다. 이는 직전 분기의 4.5배에 달한다. 자본잠식률 역시 81%에 이른다. 채권단의 지원 등을 고려하면 정관 개정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HDC현산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 차입과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해 정관 변경과 임시 주총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HDC현산과 채권단의 핑퐁 게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 경우 자본확충의 시기를 놓치면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워낙 높은 데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으로 항공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날 주총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화물 운송 등의 수요는 있긴 하지만, HDC현산이 팬데믹 리스크를 안고 자본잠식률이 81%나 되는 회사를 인수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이어 "HDC현산이 위약금을 내서라도 인수를 포기하고 싶지만,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도 연달아 암초를 만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은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에 발목을 잡혔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공원화 방침을 밝히기 전만 해도 총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의향서를 제출해 예비 입찰에도 최소 대여섯 군데의 인수 후보군이 참가해 흥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에 결국, 입찰에 응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이 실패하자, 지난 11일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절차를 막아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체불임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좀처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이유로 M&A 일정을 미뤘지만, 실질적인 걸림돌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이다. 현재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250억 원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 경영진과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의원 측이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 해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의적 임금체불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거리로 나온 노조는 "4대 보험과 겸업금지에 걸려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고, 임금체불로 4대 보험도 체납돼 대출도 받지 못한다", "기존 대출도 갚지 못하게 돼 신용도가 악화할 것 같다"는 등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동자들은 오너 일가의 임금체불이 악의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구조조정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오너 일가와 사측은 지난해 말부터 모든 초점을 회사 지분 매각에 맞춰 놓고 움직였다"면서 "이들에게 이스타항공은 어차피 팔아넘길 회사이고 체불임금이 있더라도 인수할 회사가 떠맡아줄 것이기 때문에 국내선 운항으로 노동자 피해를 줄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작정 기재를 줄이고 구조조정에 몰두하면서 악의적으로 체불임금을 누적시키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체불임금을 떠맡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제주항공 측이 코로나19를 빌미로 인수를 지연하면서 체불임금만큼 매각대금을 깎자고 덤벼들자,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포기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