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첫 '코로나 감액'…학생 눈치보던 대학들 '난감'

15일 건국대 '코로나 사태' 이후 사상 첫 등록금 환불 발표
지난 4월부터 8차례 걸쳐 등심위 열고 논의…2학기 등록금 '일부 감면'
타 대학들, 논의 진척 없거나 부정적
교육부 "건국대 자체결정" 선 긋기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0학년도 1학기 국내 대학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보편화된 '비대면 수업'으로 정상적인 강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학습권 침해에 따른 등록금 환불을 요구해온 학생들의 목소리에 건국대가 사상 처음으로 '일부 감면'을 결정했다. 학생들의 요구를 애써 무시하던 다른 대학들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건국대학교는 15일 총학생회와 지난 4월부터 8차례에 걸쳐 등록금심위소위원회(등심위)를 열어 환불 방안을 논의한 결과, 2학기 등록금을 일부분 환불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대학당국에서 처음 내놓은 전향적 결정으로, 건국대는 올해 1학기 재학생 1만 5천여명(서울캠퍼스 학부생 기준)의 다음 학기 등록금을 일부 깎아주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감면해줄 예정이다.

다만 막판까지 이어진 줄다리기에도 구체적인 감면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학교 측과 총학생회는 이번주 내로 액수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당초 학교 측은 기존에 배정된 장학예산을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총학생회가 '별도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건국대 총학생회는 '원격수업' 도입 이후 지난 4월 학교 측에 등록금 환불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당초 다소 부정적이었던 학교 측은 재학생 4천여명이 참여한 '학습권 침해에 따른 등록금 부분 환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접하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 대학생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등록금 환불 필요성을 제기해온 만큼 건국대 사례의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전대넷은 도보 행진을 시작해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하는 5박 6일의 대장정을 진행한다. 전대넷은 이번 건국대의 결정을 두고 "부분적 감면은 환영할 일이지만, 1학기 등록금 환불과 같은 측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완전한 해결책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요구에 직면한 다른 대학들은 아직까지 미온적인 반응이다. 드물게 특별장학금 등의 차선책으로 학생들을 달래는 학교도 있지만, 등록금 반환 자체를 '아직 논의한 적 없다'는 곳들이 다수였다.

등록금 반환·감면 등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대학들은 코로나 국면에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 지출됐고, 오히려 방역 비용지출이 늘었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외국인 유학생 감소, 평생교육원 등록률 저하 등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 요구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코로나19 대학가 릴레이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등록금 반환 및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관계자는 "실험·실습·실기수업의 경우 원하는 수업은 대면수업을 진행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다른 학교에서 한다고 우리도 다 하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권순주 총학생회장은 "현재 어떤 근거로 등록금 반환을 청구할지 논의 중이고 타 대학 사례들도 참고하고 있다"며 "건국대 사례는 2학기 등록금을 완화해주는 것이라 실질적으로 이번 학기를 다닌 학생들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지는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환불이 아닌 '부분적 지원'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동국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학생들에게 교수와 직원, 동문 등이 참여한 '코로나19 극복 긴급모금 캠페인'으로 조성한 약 10억원의 기금을 1인당 50만원의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등록금 감면이나 반환 차원은 아니고 코로나로 형편이 어려워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 달 반 정도 모금 활동을 했다"며 "총학생회와 협의를 거쳐 지급방법과 대상을 정했고, 50만원씩 2천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희대도 등록금 반환보다는 추가 장학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국면에서 방역과 소독조치, 비대면 수업을 위한 학교서버 관리비용 등으로 발생한 비용들이 있어 등록금 반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한편 관련부처인 교육부는 대학의 '자체적 결정'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일괄적으로 모든 대학들에 적용할 수 있는 대책 또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 "재정위원회에서 지난 4월부터 논의 중인 건으로,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일부 대학이 특별장학금 명목으로 검토한 정부지원금 역시 원래 심의 내용과 달라지는 것이라 허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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