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20)
■ 진행 : 김덕기
■ 대담 : 정치부 김학일 선임기자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오늘(15일) 남북 관계는 거꾸로 경색 국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김학일 선임기자 나와 있습니다.
◆ 김덕기 > 김 기자, 김여정 제 1부부장이 또 담화를 냈는데, 이번에는 뭡니까?
◇ 김학일 > 두 가지를 예고했습니다.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철거와 북한군의 무력시위입니다.
김 제1부부장은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건물 철거 또는 폭파를 시사한 겁니다.
그 다음 행동은 인민군 총참모부가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총참모부는 우리 합참에 해당하는데 군령을 하달하는 곳입니다.
김 부부장은 인민군이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무력시위를 예고한 셈입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런 보복 계획이 확고한 국론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단순 위협이 아니라 전체 인민의 뜻에 따라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강조한 겁니다.
◆ 김덕기 > 북한이 준비한 액션플랜을 볼 때 다음 행동은 무엇으로 예상됩니까?
◇ 김학일 > 김여정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면 이렇습니다. '금강산 관광 폐지,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단, 있어야 시끄럽기만 한 연락사무소, 있으나 마나한 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하라' 는 겁니다.
연락사무소는 이번에 지시를 했으니까 앞으로 금강산 시설 철거 개성공단 자산몰수, 군사합의 파기 수순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건 군사합의 파기인데 접경지역이나 해상에서 무력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도발 수위도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도 어제(14일) 새벽에 NSC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긴급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덕기 >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 김학일 > 청와대가 NSC 상임위원회를 연 게 어제 새벽 0시를 조금 넘긴 시간입니다. 한 밤중이니까 화상 회의로 열렸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3시간 쯤 뒤에 긴급히 대책 논의에 들어간 겁니다. 회의 멤버가 아닌 박한기 합참의장이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후 국방부와 통일부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위협에도 국방부는 그동안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이번 상황은 그만큼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이 6.15 공동선언 20주년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 봐야할 것 같습니다.
◇ 김학일 > 전달 살포는 지난해에 10번, 올해도 3번이나 더 있었습니다.
이번에 최고 존엄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전단 내용은 그 때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김여정 담화 이후 거의 매일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세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주방장까지 동원됐습니다.
청와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고 여권도 전단 살포를 막을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단계별 보복계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등 북미 비핵화 대화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문에 북한 문제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북한의 공세에도 먼 나라 분쟁은 우리 의무가 아니다, 이렇게 옆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습니다
중재자라고 하는 남측이 하자는 대로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는 시각인데, 이런 불만을 우리 정부에 전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덕기 > 북한의 반발은 자신들 내부 요인도 있지 않겠습니까?
◇ 김학일 >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협상해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해제를 이끌어 내야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대선전이 한창이라 협상의 타이밍이 아닙니다.
따라서 대선전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판을 깨지 않고 버텨야합니다.
핵 무력과 ICBM은 그 때 사용할 비장의 카드입니다.
사실 대북제재에다 올해 코로나까지 겹친 북한은 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율이 -6%로 예상돼 90년대 고난 행군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내핍 경제에서는 주민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만 해소와 체제 결속을 위해 강구된 것이 바로 '외부의 적'입니다.
트럼프는 부담스러우니 전단 살포를 내세워 우리 정부를 이른바 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인민들의 피로감과 대북 지속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 등에 대해 불평 불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어려움의 원인이 특히 남측에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대북 결속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보복계획은 미국까지 염두에 둔 큰 전략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런 국면은 오래 갈 공산이 큽니다.
◆ 김덕기 > 한 때 평화의 메신저로 활동한 김여정 부부장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것도 당혹스럽습니다. 어떤 이유로 분석합니까?
◇ 김학일 > '쓰레기 똥개 인간추물 남조선 것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사용하는 용어가 참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김여정의 거친 담화도 이유가 있는데, 먼저 메시지 전달 효과입니다.
평화 메신저 이미지가 있는 김 부부장이 거친 발언을 마구 해 불만 전달 강도를 높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친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여동생의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북한 권력 2인자로의 입지를 굳혀나가는 과정으로도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