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신한금융지주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제지회사 대표 엄모 씨는 2009년 신한은행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대표 이모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씨와 신한은행이 자신의 회사 경영권을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이유였다.
엄씨는 2005년 이씨의 명의를 빌려 A사 경영권을 인수했으나, 이씨는 엄씨의 의사를 무시하고 명의신탁된 주식 상당수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신한은행의 자본력을 이용해 A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선언한 B사와 함께 엄씨의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였다. 결국 신한은행의 의결권 행사로 적대적 M&A가 이뤄지면서 엄씨의 경영권은 B사로 넘어갔다.
이 경영권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신한은행의 책임을 인정해 "엄씨에게 150여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따라 A씨에게 200여억원을 지급하고 법인세 신고 시 이 금액을 손금산입했다. 손금산입이란 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지만, 세법상 세무회계에서는 인정해주는 것으로, 그만큼 과세표준에서 제외돼 법인세액이 줄어든다.
그러나 국세청은 신한은행에 대한 법인제세 통합조사를 벌인 후 해당 금액을 손금불산입해 법인세를 경정·고지했다.
이에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은행이 엄씨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세무 당국이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지출금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사업 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비정상적인 주식매수 및 의결권 행사 등 불법행위로 인해 지출하게 된 손해배상금은 법인세법이 정한 손금 인정 요건으로서의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