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장겨울은 안정원의 '안녕'을 들었을까…신현빈의 답

[노컷 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 역 신현빈 ②

지난 2일 오후,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현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최성현스튜디오 제공)
신원호 PD-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사랑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아예 여자 주인공의 '남편 찾기'가 이야기의 굵직한 뼈대였다. 그 '남편 찾기'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편을 갈라 OO파가 되길 자처했다.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러브라인의 기운을 보이는 커플이 여럿 있었다. 이루어질지 말지 궁금증을 자극했던 커플 가운데 장겨울(신현빈 분)과 안정원(유연석 분)만이 시즌 1에서 웃었다.

무뚝뚝하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모르는 사람은 차갑다고 오해할 법한 장겨울, 그가 유일하게 보고 '웃는' 사람이 바로 안정원이었다. 병원의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안정원이 웬일인지 쌀쌀맞게 구는 사람이 바로 장겨울이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먼저 노출된 것은 장겨울의 짝사랑이었고, 시청자들은 완전히 상반된 두 사람에게 '윈터 가든'(겨울 정원)이라는 애칭까지 붙이며 응원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슬의생' 종영 기념 신현빈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신현빈은 장겨울 역을 연기하면서 겨울과 정원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게 뜬금없거나 설명이 불친절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섬세하고 명확하게' 그려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 신현빈이 본 '윈터 가든' 커플

장겨울의 짝사랑은 3회에서 공개됐다. 12회의 1/4 지점에 나왔으니 꽤 빠른 편이다. 안정원의 절친인 이익준(조정석 분)에게 간신히 마음을 털어놨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세상만사에 뚱한 듯 보이는 장겨울이 '안정원의 모든 것이 좋다'고 했으니. 이익준이 괜히 짓궂게 안정원의 단점을 늘어놔도 장겨울은 끄떡하지 않는다.

신현빈은 "너무 예민하다고 하면 인간적이라고 하고,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다"라며 "꼭 정원이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을 바라볼 때 그런 게(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면이 있고 오해 살 수 있는 첫인상일 수 있지만, (장겨울이)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장겨울의 순애보는 일찌감치 그려졌으나, 안정원의 마음은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윈터 가든'을 응원하던 시청자가 열광한 장면이 나왔다. 무심결에 튀어나온 안정원의 반말이었다. 그때 장겨울은 안정원의 반말을 들었을까. 신현빈은 "아니다. 겨울이는 우적우적 (뭘) 먹다가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안 들리는 것, 못 듣고 그냥 가는데 익준이만 듣고 눈이 이만해지는 거였다"라고 답했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인 장겨울은 율제병원에서 가장 다정하고 친절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소아외과 조교수 안정원을 짝사랑한다. (사진='슬의생' 캡처)
이어 "(고백할 때) 정원이가 '어, 들어와'라고 할 때도 (장겨울은) 안 들렸을 거다. 뭐라고 하니 그냥 들어간 거다. (반말을 제대로) 못 듣는 설정으로 대본도 돼 있던 것 같다. 자기한테 뭔가 편안하게 대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고백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렇게까지 떨거나 미안해하지도 않고. (나를 좋아한다는) 기대나 희망도 크게 없이, 참다 참다 할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말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저희 드라마가 겨울이의 감정은 좀 명확하게 보여준 면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 되게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현실에서의 감정은 어떤 계기와 순간이 명확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어요. 글에서 다뤄지는 방식은 언제 어떤 때 위기가 왔다, 이렇게 집어서 보여주는 방식이 많고 저희도 익숙해져 있죠. ('슬의생'은) 다른 표현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저는 좋았고, 좋아해 주신 분들도 그런 현실적인 감정 때문에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 해요. 같이 찍지 않은 부분도 꽤 있는데, 저 혼자 정원이(감정)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면… 서로 마주 보질 않고 시선이 계속 엇갈리는 장면도 꽤 많이 있다 보니까 같이 있는 장면이어도 방송을 통해 어떻게 연기했는지를 처음 접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게 제 이야기이고, 제 상대방이니까 더 집중해서 봤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부분이 되게 잘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얘가 싫어, 근데 이래서 이제 좋아' 이런 류의 감정이 아니라 이 사람을 어떤 계기로 오해하게 됐고 자기는 (어떻다고) 단정 지었지만 (나중에) 자기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 때가 현실에서 있을 수 있잖아요. 잘못 판단했을 때. 그러고 나면 그 사람이 신경 쓰여요, 이성적인 호감이나 관심이 아니더라도. 내가 잘 봤나? 아닌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이성적인 감정으로 갈 수도 있고요. 정원이가 남들과 달리 (겨울을) 대하죠. 더 선을 긋고 차가운 면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자기도 자꾸 자기 마음을 부정하는 그런 과정을, 연석 선배가 섬세하게 연기해 왔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플래시백에서 정원이가 응급실에서도 왔었고 고민하는 장면이 왜 그런 감정으로 가게 됐는지를 얘기해준 것 같아요. 특히나 정원이 감정이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랑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잖아요. 자기 꿈이 있고 의사로서의 책임감, 신념, 소신도 있는 사람인데 그 안에서의 선택도 되게 큰일이고 그런 상황들이 사실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죠.

그런 것들이 엔딩 상황 이전에 스스로는 정리가 돼 있었고 저는 모르고 있었죠. (웃음) 서로 감정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정원이의 감정선이 쉽고 친절하게 그려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되게 섬세하게 명확하게 그려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그래서 다시 한번 보시면… (웃음) 저희는 그 엔딩 장면이 급작스럽진 않았던 것 같아요. 두 사람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고 봐요."

'윈터 가든'(장겨울-안정원) 커플은 '슬의생' 시즌 1에서 입맞춤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진='슬의생' 캡처)
시즌 1 마지막에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입 맞춘 장겨울과 안정원. 시즌 2에 혹시 기대하는 내용이 있을까. 신현빈은 "기대하는 내용은 크게 없다. 매회 대본 나올 때 한 생각은, 무얼 생각해도 참 맞히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의미가 없다. 항상 제 생각보다 재미있는 장면이 많아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시즌 2 내용은 배우들에게도 거의 알려진 게 없는 상황. 신현빈은 "약간 모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대본으로 한 번에 알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 신원호 사단에 합류한 소감

신현빈을 만난 날은 '슬의생' 시즌 1이 끝난 지 5일 후였다. 신현빈의 라운드 인터뷰 이틀차인 날이기도 했다. 촬영을 마친 지는 꽤 되었으나, 드라마는 꾸준히 방송 중이었다. 마지막 회(5월 28일)는 시간 되는 배우들끼리 모여 봤다. 저마다 시청자 모드로 마음껏 참견하고 즐거워하면서. 거기다 인터뷰 때 드라마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끝난 건가, 아닌가' 하는 상황이라고.

첫 회 6.325%로 시작한 '슬의생'은 점점 시청률이 올라 마지막 12회에서는 14.142%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주 1회 방송되는 목요드라마였음에도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이, 오프라인이 시끌벅적했다. 실시간 반응을 듣는 기분을 묻자, 신현빈은 "저는 그런 거에 사실 둔한 편이어서 '되게 관심 갖고 좋아해 주시는구나'하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주변에서 재미있는 사진과 드라마 패러디 등을 많이 보내줘서 그걸 보고 '센스 있다'고 생각했다는 신현빈은 그런 관심이 '활기'가 되었다며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슬의생'은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편성 방식인 주 1회 드라마였다. 신현빈도 이번에 처음으로 주 1회 드라마에 참여했다. 그는 "분량도 부담이 덜하고 촬영 현장이 좀 여유로운 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편안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장점이 많았다, 찍는 입장에서는"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목요일 하루만 하는 데서 오는 시청자들의 아쉬움도 잘 알고 있었다.

신현빈은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24살 때 처음 연기를 시작해 이듬해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사진=최성현스튜디오 제공)
신원호 PD와의 작업 소감에 관해서는 "되게 재미있고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신현빈은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나 여러 가지 상황을 연기하기 되게 편하게 만들어 주셨다. (배우들을) 믿어주셨고 굉장히 행복하게 만들어 주셨던 작가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께 감사하다.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뭔가 많이 의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 아직 차기작은 없지만…

신현빈은 한예종 미술이론과를 졸업했다. 그는 그림을 오래 그렸고, 그림을 포기하고 나서는 그림 공부를 하려고 했고 전시 쪽도 생각했으나 "뭔가 제가 재능도 열정도 딱히 없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연기는 24살 말쯤 시작했다. 데뷔작은 2010년 개봉한 영화 '방가?방가!'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았다. 신현빈은 "그런 거에 큰 의미도 감흥도 없는 스타일"이라며 "'십 년이 됐구나' 말곤 별생각이 없다. 앞으로 잘 열심히 해야지, 한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한 번은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지금의 일(연기)에 재능과 열정이 얼마나 있는지를 떠나서, 이 일을 아직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 하고, 저를 기쁘게도 괴롭게도 하는 일을 만났으니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저를) 자극시키고, 또 해내고 싶고, 궁금하고, 그렇게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미술이 그런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학교 가서 깨달았어요. 이 일을 하면서는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채워가려는 마음이 있지 않나 해요."

믿기지 않지만 인터뷰하던 날까지는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재차 묻자 신현빈은 "매우 진짜다!"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추리의 여왕' 시즌 1 정지원 변호사, '아르곤' 채수민 변호사, '미스트리스' 김은수 선생님, '자백' 하유리 (전직) 기자 등 주로 전문직을 맡아 온 신현빈이 다음에 해 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마음으로) 정한다고 뜻대로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런 결정을 해 왔던 것 같고요." <끝>

배우 신현빈 (사진=최성현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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