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를 강행하려던 것을 박병석 국회의장의 만류로 사흘의 시간을 벌었지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쟁점 위원회 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7개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미래통합당에게 양보하겠다던 민주당은 본회의 강행을 예고했고, 통합당도 법제사법위원장 양보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14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당의 움직임이 단지 법사위원장 자리를 노린 맹목적인 반대라며 원 구성은 물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 할 일이 많은 만큼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민주당이 대폭 양보한 합의안을 거부하고 발목잡기와 정쟁을 선택했다"며 "이제 (국민들이) 민주당에 부여한 다수당의 권한과 책무를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해 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교육위원회 등의 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내주는 합의안을 제안했지만 통합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거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중재를 했던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국민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절차도 지킬 만큼 지켰다. 국난 극복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하는 한편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단독으로 표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18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의 표결처리는 물론,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합당 원내지도부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사위는 많은 법안을 심사하는 데 있어서 최종적인 게이트키퍼 역할 해야 해서 반드시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당인 상황에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 국회의장까지 챙긴 상황에서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가져간다면 무소불위가 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김 원내수석은 "모든 상임위의 5분의3 의석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 목 매는 민주당을 보면 무슨 의혹이 있길래"라며 "무엇이 두려워서 법사위를 계속 강조하는지 모르겠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합당 내 법사위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이 법사위를 지키자고 하는 것은 알짜 상임위 몇 개 더 가져와 실속을 챙겨보자는 전술적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라며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견제와 협치 차원에서 야당이 맡아온 관행이 확고하게 성립된 불문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원내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반면 법사위원장을 내주고 알짜 상임위원회를 더 가져오자는 주장도 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3선으로 법사위를 비롯한 각종 상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장제원 의원은 법사위를 포기하는 대신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상임위이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가져오자는 주장을 펼쳤다.
초선 그룹에선 또 다른 의견이 나왔다.
초선모임인 '초심만리'의 리더격인 박수영 의원은 "박 의장이 야당에 전반기에는 예결위를 포함한 7개 상임위를 주고 하반기에는 법사위를 포함한 7개 상임위를 주는 절충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당의 입장이 바뀌지 않고, 박 의장도 중재안을 내지 않는다면 3선 의원들이 결의한 대로 법사위를 안 주면 상임위를 하나도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원구성을 책임지는 원내지도부가 아닌 여야 초선 의원들도 주말 동안 책임 공방에 나섰다.
민주당을 비롯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초선 의원 53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의 발목 잡기, 시간 끌기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본회의에서 전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통합당 초선 의원들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사위원장은 견제와 균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1야당에 배정해왔다는 것이 원구성 원칙이며 국회의 관행이었다"며 "초선은 원칙에 물러섬 없어야 하는데도 여당 초선은 원칙을 저버리자고 한다"고 범여권 초선들을 비난했다.
여야가 원구성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지난 12일 박 의장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하자 15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박 의장은 당시 "교섭단체 대표들께서는 이제 결단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면서도 "국가적 위기 상황인 21대 국회에서 20대 국회 보다 원 구성이 늦어지다는 점, 일터를 잃어 당장 생계가 곤란한 분들, 국민들의 목소리를 여야 의원들이 모두 가슴에 새기기를 촉구한다"고 말해 가급적 15일에는 원구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4일 김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를 지켜 본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구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