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는 '엘롯라시코'가 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을 뜻하는 '엘 클라시코'를 모두 합성한 말이다.
두팀은 만나기만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접전을 벌일 때가 많다. 과거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펼친 적도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2020시즌 첫 맞대결도 연장전을 치렀다.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로 LG가 3대2 승리를 거뒀다.
양팀의 승패는 작은 부분에서 엇갈릴 때가 많았다. 12일 경기에서도 그랬다. 롯데가 2대1로 앞선 8회말 댄 스트레일리의 폭투가 뼈아팠다. 때마침 2루 도루를 시도한 정근우는 과감히 3루까지 갔고 이어 유강남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다.
최근 1군에 콜업된 포수 지성준의 포구가 아쉬웠다. 떨어지는 공을 안정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상체를 활용해야 하나 지성준은 팔만 뻗어 잡으려고 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주자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경기에서도 양팀의 승패는 수비에서 갈렸다.
롯데는 3대6으로 뒤진 7회초 2사 후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LG 불펜 여건욱을 상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안치홍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점수차는 1점으로 좁혀졌다.
LG는 투수를 최동환으로 바꿨지만 첫 타자 지성준에게 볼넷을 내줬다. 다시 만루 위기에 빠졌다.
다음 타자 오윤석이 3루 방면 빠른 땅볼타구를 날렸다. 구본혁이 어렵게 잡아 빠르게 1루로 던졌는데 송구 방향이 흔들렸다. 1루수 김용의가 최대한 팔과 다리를 뻗어 포구를 시도했지만 공은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왔고 그대로 뒤로 빠졌다.
그 사이 3루주자 이대호에 이어 2루주자 신본기까지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7대6으로 뒤집어졌다. 공식 기록은 3루수의 송구 실책. 송구부터 포구 과정까지 LG에게는 뼈아픈 장면이었다.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했다.
롯데는 1회초 전준우의 투런홈런을 시작으로 초반 2대1 리드를 잡았다. LG는 4회말 구본혁의 역전 3점홈런을 앞세워 대거 4점을 뽑았고 스코어를 5대2로 뒤집었다.
차우찬은 팀이 6대3으로 앞선 가운데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LG 불펜이 무너졌다.
선발 싸움에서는 롯데가 졌다. 박세웅이 5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송승준, 박시영, 오현택, 박진형, 김원중이 이어 던진 롯데 불펜은 4이닝 1실점을 합작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9회말 1사 1,3루 위기에 빠졌지만 박용택을 삼진으로, 김현수를 내야땅볼로 잡아내는 등 LG 베테랑들을 연거푸 처리하며 7대6, 1점차 승리를 지켰다.
김원중은 시즌 6세이브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을 0.63으로 낮췄다.
LG의 4연승 도전을 저지한 롯데 허문회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만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