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적대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전단 살포에 대해 엄정대응 의지를 보인 청와대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비난을 가함에 따라 남북 관계의 긴장 국면은 더 격화되고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담화에는 강한 불신과 비난 속에서도 전단 살포 차단 등 남북합의에 대한 실천을 촉구하며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보여,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조치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금철 부장은 이날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청와대는 11일 대북삐라 살포행위를 명백히 현행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법을 위반하는 경우 엄정히 대응하며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준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며, "지금껏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전긍긍하면서 통일부 뒤에 숨어있던 청와대가 마침내 전면에 나서서 그 무슨 대용단이라도 내리는 듯이 입장표명을 했지만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말했다.
장금철 부장은 "(청와대의 입장 발표를) 들어보면 속죄와 반성의 냄새도 나고 '엄정대응' 의지도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저지른 무거운 죄 값에 비하면 반성하는 태도가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 부장은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차단 법안 추진에 대해서도 "이미 있던 법도 이제 겨우 써먹는 처지에 새로 만든다는 법은 아직까지 붙들고 앉아 뭉개고 있으니 그것이 언제 성사되어 빛을 보겠는가 하는 것"이라고 의심을 하며, "그렇게도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법 같은 것은 열 번 스무 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부장은 또 미국과 국내 보수여론을 상기시키며 "뒤 다리를 잡아당기는 상전과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집안에서 터져 나오는 그 모든 잡음을 어떻게 누르고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지금 청와대와 통일부, 집권여당까지 총출동하여 '백해무익한 행위'니, '엄정한 대응'이니 하고 분주 탕을 피우면서도 고작 경찰 나부랭이들을 내세워 삐라살포를 막겠다고 하는데 부여된 공권력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그들이 변변히 조처하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말에 비해 실천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장 부장은 "지금까지 남조선당국이 말이야 얼마나 잘 해왔는가.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보따리만 풀어놓은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며,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고 그것을 결행할 힘이 없으며 무맥무능하였기 때문에 북남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엄숙히 선포한 합의와 선언도 휴지 장처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름발린 말을 한들 누가 곧이 듣겠는가"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 말이야 남쪽 동네사람들만큼 잘하는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면서, "큰일이나 칠 것처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서고 싶지 않다.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장금철 부장은 경고했다.
장금철 담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데 없다"는 말로 시작했다. 남북 통신선 차단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한 뒤에야 움직이는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맥락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더 강경한 경고와 대응 조치를 취해야 전단 살포 등 현안을 해결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단에 따라 북한은 이미 예고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조치를 하나하나 취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북의 긴장국면은 더 격화되고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청와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뒷북행정'을 비난하면서 앞으로 마주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냉각기 지속될 것"이라며, "북한은 현 정부가 좌고우면하면서 미국 눈치만 살피고 대북제재의 틀을 못 벗어나고 번지르르하게 말만 내세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진의가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추진하되, 대남관계는 긴장조성을 통해 주도권만 가지면 된다, 대남 때리기를 통해 남한 정부를 힘들게 하면서 조바심을 내게 만들고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갖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말보다 실천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데는 대북전단 살포 차단 등 실행을 촉구·압박하며 정부의 대응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장금철 부장이 정부를 향해 반성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한 정부의 향후 후속 조치를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불신을 드러낸 것도 역설적으로 탈북민의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금철 부장의 담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처럼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뒤 북한 주민들이 듣고 보는 조선중앙방송(라디오 방송)과 노동신문에 게재됐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내핍 경제와 내부 불만 속에 전단 살포를 방치해 최고 존엄을 훼손한다는 '외부의 적'을 내세워 내부 통제와 결속을 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내부의 통제를 위해서라도 적을 만들어야 하며, 또 우리 정부를 적으로 만들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는 이런 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고, 당분간은 북한이 태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없는 바 긴 호흡을 갖고 당초 계획했던 독자적 남북협력 계획들을 차분히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