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민족은 여성우위시대…'홍산문화'를 이야기하다

[신간]구본진_'한민족과 홍산문화'
검사 출신 국내 제1호 필적학자인 구 변호사의 신간
최초 공개되는 홍산옥기 사진 180여점

여성상, 지금까지 확인된 홍산문화 옥기 중에서 가장 무겁다. 홍산문화에서 가장 무겁고 큰 조각상이 여성상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진=구본진제공)
떡 벌어진 어깨에 풍만한 가슴, 다산을 상징하는 부른 배, 눈, 코, 입이 모두 큼직하고 둥글고 큰 귀 역시 위풍당당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홍산문화(紅山文化)' 옥기(玉器:옥으로 만든 그릇) 중에서 가장 무겁고 크기도 최상급이다. 이렇게 크고 위풍당당한 여성상은 그 당시 여성이 큰 권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고대 한민족의 기원인 '홍산문화'는 여성우위 시대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요하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홍산문화'는 기원전 4500년경부터 기원전 3000년경까지 현재 내몽고 동남부와 요녕성 서부에 분포했던 신석기시대 문화를 말한다. 1906년 일본인 도리이 류조(鳥居龍藏)가 처음 발견했지만 198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굴돼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한민족의 기원 가능성 때문에 관심을 가진 학자나 일반인이 많고 중국에서는 ‘동북공정’ 등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해온 지 오래다.

대한민국 제1호 필적학자이자 문화 예술품 수집가로 널리 알려진 한국요하문명연구소 소장인 구본진 변호사는 신간 '한민족과 홍산문화'를 통해 "홍산문화 시기에 만들어진 홍산옥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끈질긴 추적 끝에 홍산문화와 고대 한민족의 관련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냈다"며 "홍산문화는 '인간중심 문화', '여성우위 사회'였으며, 우리 민족과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하량 여신상, 홍산문화, 홍산문화를 대표하는 유물 중 하나이다.(사진=구본진제공)

중국 우하량 유적 여신묘에서는 눈에 청록색 보석이 박힌 소조 여신상과 사람 3배 크기의 소조 여신상 등이 나왔다. 인물상 한 쌍 중에 여성상이 남성상보다 높이, 너비, 두께가 모두 큰 점도 눈길을 끈다. 우하량 유적에서 출토된 남성 뼈 31구, 여성 뼈 27구 등을 대상으로 한 인골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키는 남성 165.40㎝, 여성 161.93㎝고 두개골 용적은 남성 1631.03㎤, 여성 1479.51㎤인데도 홍산옥기에서 여성상의 키나 체격을 모두 남성상보다 더 크게 했던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성상과 여성상을 한 쌍으로 조각하면서 여성상의 머리만 사격자무늬로 장식한 점도 흥미롭다. 사격자무늬는 당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소중한 옥기에만 새겼다. 따라서 여성상에만 사격자무늬를 새긴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물상 한 쌍, 한국요하문명연구소 소장. 여성상이 남성상보다 높이, 너비, 두께가 모두 크고 여성상의 머리에만 사격자무늬가 장식돼 있다.(사진=구본진제공)

이 책은 '홍산문화'에 꽂혀 덕후가 된 구 변호사의 역작이다. 그가 30여 년에 걸쳐 연구한 지식과 자료 등이 총망라돼 400쪽 가까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귀한 자료사진이 300점 가까이나 수록돼 있어 마치 거대한 박물관 한가운데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홍산옥기 사진만 해도 180여점이나 된다. 홍산옥기의 대표적인 기형인 C형 용, C형 곰, 옥패, 반인반수상 등은 물론 인물상, 여성상, 봉황 등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고 아름다운 유물들을 처음 소개한다.

박쥐, 중국 진단예술박물관 소장, 날개 윗부분에 사격자무늬가 있다.(사진=구본진제공)

저자는 홍산옥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홍산문화가 한민족의 기원임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들을 처음으로 찾았다. 먼저 홍산문화에서 한민족의 고유부호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산옥기의 유일한 무늬인 사격자무늬는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를 거쳐, 고조선, 신라, 가야, 고구려, 백제,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타난다.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호우총 청동그릇(보물 1878호), 가야의 기마인물형토기(국보 275호)에도 이 무늬가 나온다. 저자는 이 무늬를 ‘곰’ 또는 ‘곰족’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고대 한민족의 부호라고 봤다. 이로써 최인호가 '왕도의 비밀'에서 찾아나섰던 ‘#’ 무늬의 유래와 실체를 밝혔다.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청동그릇. 고구려. 415년, 보물 1878호, 경주시 호우총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맨 윗부분 중앙에 사격자무늬가 있다.(사진=구본진제공)

이밖에도 봉황과 용의 기원 등 다양한 고대사 이야기를 특유의 필체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동아시아에서 용은 고대 한국의 토템의 대상이었던 곰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용과 봉황은 홍산문화를 비롯한 요하문명에서 시작됐다. ① 홍산옥기 C형 용의 기본 형태는 C형 곰의 몸 형체와 동일하다. ② C형 용과 C형 곰의 중간 형태인 옥기들이 발견돼 두 조각 사이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③ 용옥패에서 양쪽 측면의 굽은 갈고리, 이빨, 둥근 눈, 가까이 있는 코도 곰과 닮았다. 곰토템을 가진 홍산문화 사람들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신령한 동물'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곰을 모델로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봉황은 우리 고유의 토착 동물인 '긴꼬리닭'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 변호사는 바쁜 시간을 쪼개 홍산문화를 알리는 K-Relic이라는 유튜브를 직접 촬영, 편집,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검사 출신답게 "처음에는 '홍산문화'가 한민족의 근원이라는데 의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연구할수록 자료나 근거가 나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할 것"이라며 "관련 연구가 미개척분야라 '홍산문화'의 실체에 접근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21년 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15년 고대사와 근대 항일운동가, 프로이트까지 글씨체를 통해 한민족의 DNA를 추적한 대작 '어린아이 한국인'(김영사), 자기계발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쌤앤파커스)에 이은 역작이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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