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역량을 쏟아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20주년 기념일을 맞아 어떤 형태로든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어서 형식과 수위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 북한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청와대, 현 위기 모면하려 꾸며낸 술책 의심”
장금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금철 통전부장은 특히 청와대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 데 없다”면서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비난했다.
◇ 청와대, 대북전단 살포 엄정 대처 발표로 북한에 화답했지만…
대북 전달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모든 연락 채널을 차단하는 행동에 돌입하면서 남북 정상간 합의 파기까지 경고하자 청와대는 일단 국내의 모든 관련법을 총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며 북한에 요구에 행동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다시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가 직접 나서 ‘청와대가 술책을 부린다‘는 식으로 비난을 해오면서 청와대의 고심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강도 높은 수준의 대답을 주면서 성의를 보인 것으로, 그 만큼 남북 관계 상황이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이 연락선 차단 이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빌미를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 또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강력 대응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 靑, 전단 살포 금지 일단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대응 모색
그럼에도 북한의 대남 비난 수위가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남북 간 냉각기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이 관계 개선의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차분한 대응기조를 계속 유지하며 북한과의 신뢰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금철 통전부장은 담화에서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 번 스무 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볍기 그지없는 혀 놀림으로 험악하게 번져진 오늘의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고 타산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말로만 대북전단 금지를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는 촉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섣부른 대화 제의보다는 당분간 철저한 전단 살포 단속과 금지법 제정에 주력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제안이나 메시지를 보낸 다 해도 북한이 유의미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협상이 현재 거의 단절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추가적으로 마땅히 내놓을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6.15 기념일에 적극적인 대응 차원에서 메시지를 낼 수는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은 대북전단 금지를 실질적으로 실천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