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영 사흘 후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씨엘엔컴퍼니에서 '슬의생' 종영 기념 김준한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슬의생'은 율제병원을 배경으로 의료진과 환자 이야기를 다루면서, 의대 99학번 다섯 명 '99즈'의 밴드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 과거 드러머였던 그도 혹시 합주에 함께하고 싶지 않았을까. 김준한은 "옛날 생각나긴 하더라"라며 웃으면서도 "여전히 드럼을 잘 치냐"는 질문에는 "말에 어폐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잘 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정식 데뷔를 하고도, 정작 음악을 "열심히 할 재능이 부족"했다는 김준한은 어느 순간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고 선택했다. 연기를 하기로.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 '박열' 다테마스, '마중 : 커피숍 난동 수다 사건' 준한, '허스토리' 이상일 변호사, '변산' 원준, '나랏말싸미' 세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재훈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송지원, '시간' 신민석, '신의 퀴즈 리부트' 곽혁민, '봄밤' 권기석, '슬의생' 안치홍으로도.
일문일답 이어서.
▶ '슬의생' 안에 많은 러브라인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응원했던 커플이 있는지.
응원했던 러브라인? 음… (웃음) (약간의 침묵)
▶ 혹시 자기 자신인가?
(일동 폭소) 아니다. (웃음) 곰곰(양석형-추민하) 커플! 너무 귀엽다. (웃음) 둘이 너무 귀엽다. 아이, 참! 잘됐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너무 귀엽지 않나? 고백하는 장면도 그렇고. (웃음) 아, 너무 귀여워서 응원하고 싶은 커플이다.
▶ 응원하는 커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채송화 역 전미도는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사람이 좋다며 이익준(조정석 분)을 선택했더라. 그 기사를 보았는지 궁금하다.
(전미도에게) "이거 뭐죠?"라고 (문자를) 바로 보냈다. (일동 폭소) 저도 (익준을 보면) 재밌는데… (웃음) 근데 정석이 형은 사석에서도 진짜 너무 재밌어서 제가 초라해진다. 진짜 제가 초라해질 정도로 (웃음) 그 누구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유쾌하고 참 분위기 메이커이시다. 같이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다. 생각해 보니까 (전미도의 답이) 이해할 만하다. 오케이! (일동 웃음)
▶ 극중 짝사랑 상대였던 전미도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았다! 누나가 초반에는 영상 매체에서 큰 롤을 맡는 게 처음이어서 고민이 되게 많아 보였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모르겠다 이러더니 다 엄살이었다. (일동 웃음) 방송 보고 깜짝 놀랐다. '주인공 처음 하는 사람 맞아?' 했다. (웃음) 아, 물론 이미 뮤지컬이나 연극을 통해서 무르익으신 분이지만 다른 매체에서도 이렇게 베테랑처럼 한 방에 적응하는 걸 보고 이 누나 보통이 아닌 누나구나 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한 세 작품? '공조'까지 네 작품을 했다. (이번에도) 신기하게 인연이 닿아가지고 되게 반가웠다. 그래도 대본 읽고서 그것에 대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거니까. 때로는 그 친구도 저한테 물어보기도 했었고 서로 도움이 돼 줬다.
▶ 갈수록 시청률이 올랐고, 극중 러브라인이 어떻게 될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높았는데 드라마 인기를 체감했나.
딴 것보다도 주변에 안 보는 사람이 없었다. 진짜 다 보는 거 같았다, 체감적으로. 드라마에서 만난 친구든, 영화에서 만난 친구들 다들 얘기를 하니까 많이들 사랑해주시는구나, 했다.
▶ '슬의생'에 출연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인가.
음, 그 제일 반응이 좋았던 건 고백하는 신이었던 것 같다. (웃음) 허… 그 정도로 그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데, (연기)하면서 미도 누나랑 '이거 뭔가 좋다!'라는 생각은 했었다. 감독님이 편집을 정말… 숨소리 하나까지 다 담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어떻게 편집을 이렇게 하셨냐고, 헛기침 소리까지! 정말 디테일하신 거 같다. 감독님이 진짜 대단하신 분이구나 하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 그럼 본인 이름도 많이 검색해 보나.
그럼요! 어떻게 보셨나 궁금하니까. 너무 감사하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웃음)
▶ 주 1회만 방송되는 목요 드라마였는데 다른 현장과 어떻게 달랐는지도 궁금하다.
여유 있는 촬영? 52시간 철저히 지키면서 했다. B팀 없이 A팀으로만. 그래서 촬영 기간은 좀 길었지만 어쨌든 좀 더 밀도 있게, 예전보다는 훨씬 더 나아진 환경에서 다들 작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슬의생'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게 될까.
어, 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작품이 너무 많이 사랑을 받았고 치홍이라는 캐릭터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진짜 뿌듯하다.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제가… (웃음) 주책맞은 얘긴데 그 토이 노래(* 기자 주 :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남몰래 채송화를 챙기고 있었던 안치홍의 짝사랑 장면에 등장했다)랑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차트인에 제가 굉장한 역할을 했다는 것! (일동 웃음) 드라마 같이 보면서 음악 들으니까 잘 헤어나오지 못하겠더라. 방송 끝나서 이젠 괜찮을 것 같다. 아마 시청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시즌 2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대략적인 촬영 일정만 알려줬다는데 정말인가.
그렇다. (제작진이) 하나도 안 알려주신다. (웃음)
▶ 시즌 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시즌 1에도 되게 많은 감동과 재미가 있지 않았나. 시즌 2에서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가지고 찾아뵐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어, 옛날 생각나고 그렇긴 하더라. 다섯 분이 너무 재밌어하더라. 방송이 끝났는데도 주기적으로 합주를 한다. 앞으로 계속할 거 같던데, 음악이 그런 마력이 있다. 그런 걸 보니까 정말 (음악) 처음 했을 때 생각나더라. 너무 음악이 좋아가지고 저 진짜 밥 안 먹고 연습하고 그랬다. 살이 한 7㎏씩 빠진 적도 있다. (웃음)
▶ 여전히 드럼을 잘 치는지 궁금하다.
말에 어폐가 있는 거 같다. (웃음) 그렇게 잘 친 적이 없는 거 같다. 사실은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만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열심히 할 재능이 부족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 그게 사실 제일 중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질리지 않고 계속 재미있게 하고 있다. 오히려 연기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음악 할 땐 연습하는 게 괴로웠다, 지치고. 그래서 저 스스로 '아, 이거 못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음악에서 연기로 방향을 바꿀 때 어느 정도 시차가 있었나.
디졸브가 됐다. 군대 다녀와서도 음악 쪽 세션 활동을 하다가 독립영화 찍으면서 연기도 했다. 어느 순간 보니까 양쪽 다 병행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 음악도 해 오던 게 있어서 더 나아가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연기는 앞으로 해야 할 게 산더미여서 뭔가와 병행하는 것 자체가… 이러면 죽도 밥도 안 될 거 같더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걸 하자 했다. 물론 그때 당시 음악은 그래도 해 놓은 게 많았었지만 전 좀 더 행복한 걸 선택했다.
▶ 그럼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모르겠다는 거? 정답이 없다는 거? 그게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 사실 드라마나 영화는 제가 그 역할을 연기하면 리메이크가 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은 없는 것이지 않나. 새로운 해석은 사실 보기 힘들지 않나. 그게 굉장한 책임감이기도 하면서, 그런 기분 좋은 부담 같은 게 있다. 이렇게 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이럴 때는 행복하고.
▶ 어떤 작품으로 연기를 시작했나.
독립영화로 따지면 정말 아주 예전에 단편, 대학 졸업작품 같은 것부터 시작했다. 상업 작품으로는 저예산 영화였던 '내비게이션'. 마지막 엔딩에서 한 신밖에 안 나온다. (웃음) 오디션으로 처음 된 작품은 '공조'다. 그렇게 시작했다. '군함도' 오디션 합격된 후에 '박열'도 됐다. 개봉은 '박열'이 먼저 하긴 했지만.
▶ 지금도 오디션을 보고 있는지.
안 본다. (웃음) 저도 오디션 볼 땐 뿌연 안개 속을 걷는 듯했다. 내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신 가질 수가 없으니까. 친구들 오디션 준비할 때 지금도 같이 하고(도와주고) 있다. 친구들아, 파이팅! (일동 웃음)
음, 어… 일단은 불러주시니까? (웃음) 불러주셨을 때 제가 상상을 해 본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 것 같거나 너무 용기가 안 나면 쉽사리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어쨌든 그 역할로 저를 봐주신다는 건, 저의 가능성을 봐주시는 거기 때문에 그걸 믿고, 저 또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니까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어서 도전해 보자고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역할을 맡게 됐을 땐 촬영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 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글쎄, 어떤 기준을 제가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대본을 봐야 저도 상상해 볼 수 있는 거 같고, 그래도 좀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면 되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코미디를 시원하게 해 보지 못해서 코미디도 해 보고 싶다. 코미디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남을 웃긴다는 것, 특히 연기로 남을 웃기는 건… (억지로) '웃어! 웃어!' 하면 재미없지 않나. 연기로 남을 웃긴다는 건 정말 엄청난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웃기는 배우분들을 보면 정말 너무 존경스럽다. 저도 아직 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웃음)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해 보고 싶은 장르는.
저는 모든 장르에 관심이 있다! (웃음)
▶ '슬의생' 이후 작품이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차기작은.
아직 결정 안 됐다. 글쎄, 기다리고 있다. (웃음) 사실 드라마 찍으면서 영화도 같이 찍었다. '보호자'(감독 정우성) 촬영이 끝났다.
▶ 2017년부터 올해까지 드라마 5편, 영화(개봉 기준) 6편을 찍으며 쉼 없이 달려왔다. 쉴 생각은 없는지. 또 쉴 땐 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하. 쉴 때… 연습! 연기 연습을 한다. (웃음) 사실 작품 하면서는 작품을 해야 하니까 연습을 많이 했고, (연기 연습) 같이하는 동료들이 있다. 그 동료들한테 도움을 많이 얻었다. 또, 뭐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도 본다. 스트레스 쌓이면 얘기로 푼다. 수다를 좀 떨면 스트레스 풀리더라. 외롭나 보다. (일동 폭소) 주변에 사람을 둬야 마음이 평안해지는 그런 사람이다. (일동 웃음)
▶ 최근 배우 최희서의 SNS에 사진이 올라온 걸 봤다. SNS를 개설할 계획은 없나. (* 기자 주 : 김준한은 인터뷰를 이후인 지난 7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이런 게 기삿거리가 되나? (일동 폭소) 심히 고민 중이다. (웃음) 제가 딱히… 팬분들이라고 해야 하나, 제게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하고 소통할 창구가 없어서 뭘 하는 게 좋을까 하다가 고민 중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웃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