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병기(골프투어업체 명랑골프 팀장)
어제 하루 종일 화제가 됐던 새가 있습니다. 바로 까마귀인데요. 제주도의 한 골프장에서 까마귀 무리가 골프카트를 습격해서 현금 30만원이 들어있던 지갑을 물고 달아난 겁니다. 이 30만원이 든 지갑,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니, 까마귀가 무슨 돈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지갑을 물고 날아갔을까? 참 희한한 일로 보이는데. 알고 보니까 이 까마귀들은 김밥이나 과자 같은 먹을 건 물론이고 옷, 휴대전화, 선글라스도 물고 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그래요. 게다가 그냥 물고만 가는 게 아니라 굉장히 영리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고 하는데.
자, 제주도민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얘기 좀 들어보죠. 제주도에서 골프전문 투어업체를 운영하는 분이세요. 명랑골프의 김병기 팀장 연결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병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주도에서 골프투어회사를 운영하시는 겁니까?
◆ 김병기>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몇 년이나 되셨어요?
◆ 김병기> 저는 골프 일을 한 지 한 15년 정도 됐고요. 서울에서 하다가 제주 내려온 지는 한 4년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일단 화제가 된 그 제주도 골프장 까마귀 사건, 어떻게 된 일이에요?
◆ 김병기> 저희 쪽에서는 골프를 나가면 자주 있는 일들이에요. 일단 골프라는 운동이 저희가 카트를 타고 이동하다가 플레이를 하면 카트를 비우게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병기> 그럼 근처 나무에서 까마귀들이 저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카트를 비우면 어김없이 두 마리, 세 마리씩 날아와서 카트를 뒤지기 시작해요.
◇ 김현정> 뒤져요?
◆ 김병기> 네. 총총 뛰면서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고.
◇ 김현정> 어머.
◆ 김병기> 비닐에 넣은 건 비닐이 찢어지기까지 하고. 파우치 백이라는 가방이 있는데 그 안에 이것저것 공도 넣어놓고 여러 가지 골프용품 관련된 걸 넣어놓으면 먹을 게 아닌데도 티 같은 것도 물어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과자가 비스킷 같은 경우는 박스가 있고 비닐 안에 과자가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병기> 그럼 그 박스 채 들고 가는 게 아니라 박스에서 과자만, 비닐만 쏙 빼서 그것만 물고 날아가요.
◇ 김현정> 보통은 박스 안에 또 비닐로 포장돼 있는데 박스는 거추장스러우니까 그걸 까서 비닐만 쏙 물고 달아나요?
◆ 김병기> 일요일에 있었던 일인데 같이 운동하시는 분이 운동하시는 시간이 애매해서 달걀을 좀 싸갖고 왔어요, 구운 달걀을. 종이가방에 가지고 와서 하나씩 나눠먹고 2개가 남았는데 종이가방 안에 달걀만 쏙 물고 다시 날아가더라고요.
자, 까마귀가 과자만 쏙 물고 달아나는 거예요. 이야. 이런 일이 골프장에서도 있고 자주 있다는 얘기예요. 지금 계란도 나오죠. 트럭 위에 쌓여 있는 달걀판에 가까이 와서 슉 하고. 와, 입이 저렇게 벌어지네요. 물고 날아갑니다. 신기하죠, 여러분? (웃음) 이런 식인데, 그런데 먹을 걸 가져가는 건 이해가 돼요. 그런데 지갑은 왜 가져가는 걸까요?
◆ 김병기> 그런데 지갑뿐만 아니라 선글라스도 들고 간 적도 있고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카트에 물고 갈 것만 있으면 다 물고 가서. 그런데 제주도에서 까마귀가 많기로 유명한 골프장들은 운동하기 전에 캐디분들이 먼저 안내를 해 줘요.
◇ 김현정> 조심을 시키시는군요.
◆ 김병기> 네, 소지품 다 주의하고 카트 위에 망 같은 게 있는데 그 안에다 다 넣어 놓으라고 미리 다 안내를 해 줍니다.
◇ 김현정> 이번에 지갑을 도난당했는데.
◆ 김병기> 저희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 김병기> 그런데 골프를 치면 소소하게 1000원, 2000원짜리 내기를 칠 때 1000원짜리 넣어놓을 수 있는 가벼운 지갑이 있어요. 돈을 안 접어도 되는 거. 그건 되게 가벼운데 거기에 돈을 많이 넣어놓는 게 아니라 1만원, 2만원 가볍게 넣어 놓으니까 그런 거는 쉽게 물고 가죠.
◇ 김현정> 얘들이 돈 욕심도 있는 게 아닐 텐데 어떻게 돈을 물고 갈까요?
◆ 김병기> 저희들이 우스갯소리로 까마귀들이 아침마다 모여서 ‘얼마씩 오늘은 해갖고 와라’ 하는 거 아닌가. (웃음) 골프 치면서 그런 얘기들도 농담으로 하고 그럽니다.
◇ 김현정> 그런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이 녀석들이 호기심이 많은 새인가 보네요.
◆ 김병기> 호기심도 많고 되게 똑똑하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똑똑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람이 있을 때는 안 나타나고 망을 보다가 사람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거예요?
◆ 김병기> 저희가 운동하다가 까마귀가 두세 마리가 카트에 오잖아요. 그러면 뭐 우리 중에 누가 달려가거나 캐디분이 막 달려가요. 그러면 도망가요. 멀리 가는 것 같기 도 아니고 근처에 날아갔다가 다시 우리가 필드로 들어가면 또 다시 카트로 오고 그래요. 이게 습관이 돼서 몸에 밴 것 같아요. 까마귀들도.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게 골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거 아니에요?
◆ 김병기> 요즘에 보면 원래 골프장도 사려니 숲길 쪽에 있는 골프장이 극성이었는데. 그쪽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랬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 김현정> 골프장 아닌 곳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서는 어떤 에피소드 들으셨어요?
◆ 김병기> 제가 직접 경험하거나 본 건 아니고 들은 얘기로는 걸어가는데 겁을 줬더니 다시 날아와서 머리를 톡 치고 갔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 김병기> 이게 저도 지난일이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만약에 제가 그때 당시에 막 우리 동반자가 선글라스 잃어버리고 1만원, 2만원이지만 돈 잃어버렸을 때 당사자는 아주 황당하죠. 어디 가서 보상도 못 받고.
◇ 김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까마귀 보험을 만들어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 김병기> 그래서 이제는 캐디 분들이 이렇게 클립 있잖아요. 그런 걸 미리 나눠줘서 클립으로 끼워놓게 하기도 하고 그래요.
◇ 김현정> 아, 돈을 클립에 끼워놓게.
◆ 김병기> 네.
◇ 김현정> 그런데 클립 채 가져가면 어떡해요?
◆ 김병기> 클립을 카트에 있는 망에 이렇게 같이 껴 놓는 건데 제가 생각할 때는 좀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클립이 아무리 강하게 해도 잡아빼면 빠지잖아요.
◇ 김현정> 빠지죠.
◆ 김병기> 그것도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웃음) 이야, 까마귀가 참 영리하다 지금 말씀하셨는데 목격하셨던 혹은 들었던 사례 중에 진짜 이게 까마귀야 사람이야 할 정도의 사례, 어떤 거 기억나세요?
◆ 김병기> 저는 아까 말씀드렸던 엊그저께 있었던 달걀 운반하는 거. 그리고 과자를 비닐을 뜯어서 그걸 쪼아서 먹다가 저희가 막 달려가니까 보통이면 그냥 날아가야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병기> 그 비닐 채 물고 도망가더라고요.
◇ 김현정> 그 급한 상황에서도.
◆ 김병기> 네.
◇ 김현정> 우와~ 이 녀석들 대단하네요. 사실 관광지마다 원숭이들이 호기심에 사람들의 모자도 채가고 선글라스도 가져가고 혹은 공격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제가 얼핏 들었는데.
◆ 김병기> 외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죠.
◇ 김현정> 그런 경우 있다고 하죠. 제주도 까마귀도 보통 동물이 아니네요.
◆ 김병기> 요즘에는 그래서 골프장들도 좀 대책을 세워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어제 하루 종일 화제가 됐던 이 제주도 골프장. 까마귀 절도사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상황을 잘 알고 계신 제주도민한테 들어봤습니다. 아무튼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 좀 하셔야겠어요.
◆ 김병기> 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파우치에다 일부러 공을 많이 넣어서 다녀요.
◇ 김현정> 그래요.
◆ 김병기> 무거워서 못 갖고 날아가게.
◇ 김현정> (웃음) 못 갖고 날아가게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김병기>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화제의 인터뷰, 제주도에서 골프투어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김병기 씨였습니다.